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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네수 마두로 닮은 ‘콧수염 영웅’ 애니 등장, 미국 응징
남미의 베네수엘라 국영TV가 이달 방영한 애니메이션 ‘수페르 비호테(슈퍼 콧수염)’의 주인공(오른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모습 [VTV·로이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남미 베네수엘라의 국영TV가 콧수염이 달린 ‘슈퍼 영웅’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최근 방영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2일(현지시간) 관심을 보였다. 주인공이 권위주의 통치자라는 평가를 받는 이 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묘하게 닮았다면서다.

이에 따르면 ‘수페르 비호테(Super Bigote·슈퍼 콧수염)’란 제목의 애니메이션 첫 회가 이달 방영됐는데, 주요 내용이 미국과 싸우는 얘기다. 미국은 부정선거 등을 이유로 마두로 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극의 첫 무대는 미국 백악관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외모의 인물이 빨간 버튼을 눌러 베네수엘라의 전력망을 공격하는 드론을 발사한다.

장면은 바뀌어 정전이 된 베네수엘라의 한 병원 수술실을 비춘다. 여기에선 마두로 대통령의 정적인 헨리 라모스 알럽 하원의장과 야권 지도자 훌리오 보르헤스가 웃으며 “이제 우리가 그(마두로)를 타도하자”라고 말한다.

이 와중에 ‘수페르 비호테’가 느닷없이 등장한다. 헬멧을 벗은 모습은 영락없는 마두로 대통령이다. 그는 주변 사람을 팀(team)으로 부르며 “우리는 그들을 함께 파괴할 것이다. 나쁜 놈들은 내가 처리할게”라고 외치곤 드론을 부수고 전기를 복구한다.

마두로 대통령은 실제 과거에 적에게 콧수염을 휘두르겠다고 위협한 적이 있다고 WP는 전했다. 2019년 레닌 모레노 당시 에콰도르 대통령이 자신을 비난하자 국영TV 생방송 연설에서 “내 콧수염을 움직여 정부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다음엔 어떤 정부를 콧수염으로 쓰러뜨릴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WP는 이 애니메이션엔 조롱섞인 반응이 있지만 수 년간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에서 지도자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스밀데 툴레인대 교수(사회학)는 “만화는 권위주의 정권을 위한 선전의 고전적 매체”라며 “국민이 희생자이고, 미국이 악당이며 마두로가 구한다는 베네수엘라의 통치 재앙에 대한 해석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론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국민은 마두로 대통령의 음모론을 믿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WP는 이 애니메이션이 더 많은 에피소드를 내보낼지는 불분명하다며 베네수엘라 정치에서 난감한 순간에 방영된 거라고도 했다. 지난달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은 압승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투표율이 20년만에 최저치다. 미국 등은 선거과정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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