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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李와 尹 사이에 낀 우리에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들이 가속페달을 잔뜩 밟고 있다. 측근·친인척 비리 의혹에다 구멍 뚫린 용인술까지 얽히고설킨 탓에 완주가 가능하겠냐는 눈치를 준 쪽에 쓴웃음을 날리면서다. 그들은 지방 유세에서 ‘대망론(大望論)’으로 자가발전하는 중이다. 쉽게 말해 ‘연예인병’이다. 몰려든 팬이 “파이팅”을 외치면 내일이라도 청와대로 직행할 것처럼 들뜬다. 여당의 이재명 후보는 ‘비천한 출신’이라며 아킬레스건인 가족사를 놓고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야권 윤석열 후보는 속이 끓을 게 뻔한 데도 30대 당 대표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며 부산에서 “단디하겠다”고 약속했다. 둘 모두 직진을 위해 한 발 물러나 ‘팬 서비스’한 거다.

그래서 누굴 선거전에 동원하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게 우리 판단의 재료가 돼선 안 된다. 어차피 떨어질 잎이다. 중요한 건 나무가 건강한가다. 후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어떤 사람인가를 따져보고,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유형을 솎아내야 나중에 속았다는 말 덜 한다.

이 후보는 대표 공약을 다 물려서라도 청와대엔 가고야 말겠다는 기세다. ‘중도 확장’이라는 선거 기초 셈법을 낮춰보거나 정체가 뭐냐고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

문제는 ‘본심’이다. “딴 얘기하면 끊어버릴 거야. 예의가 없어” “다 커트(cut)야”.... 3년 전 경기도지사선거 승리가 확정적일 때 이 후보가 방송에 나서기 전 뱉은 말이다. 방송엔 “잘 안 들리는데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는 말로 그가 인터뷰를 끊는 대목이 나왔다. ‘여배우 스캔들’ 같은 걸 묻자 정색하고 언론을 못마땅해하는 영상이 유튜브에 다 있다. 지금이야 간·쓸개 다 내어줄 듯 하지만 권력을 잡으면 마음에 안 드는 사안을 놓고 어떻게 변할지 그의 눈이 말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윤 후보가 한 방송사 행사에서 보여줬던 1분 넘는 ‘묵언수행’은 그야말로 유구무언이다. 써준 게 없으면 한 마디도 못하는 구시대 리더의 모습으로 어떻게 글로벌 무대에서 나라 대표로 서겠다는 건지 알 도리가 없다. ‘인의 장막’에 갇혀 피아 구분을 못하는 것도 문제다. 정치 초보이기에 그럴 거라고 접어주기엔 정치판을 싹 읽고 움직이던 검찰총장 경력이 눈에 밟힌다. 현 정권에 온갖 저주를 퍼붓고 TV의 한 맛집소개 프로그램에선 당선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로 “서로 미워하지 말자”를 꼽은 그의 심리는 뭘 예비하고 있는 걸까.

둘 중 하나는 될 판이다. 곤혹스러운 선택 앞에 우리는 서 있다. 미국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팁을 하나 줬다. ‘세계 경제대통령’인 연방준비제도 의장에 공화당원인 제롬 파월 현 의장을 재지명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세운 사람이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임기 내 가장 중요한 선택일 수 있는데 바이든은 정치적 적군의 손에 통화정책을 또 맡기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민주당 내 목소리 큰 진보세력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연준의 독립성과 본인 스스로의 독립성을 확보한, 지혜로운 선택이라고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평했다.

다 마음에 안 들어도 주어진 현실이라면 집권 뒤 바이든 같은 전략적 판단을 할 후보가 누구일지 우리가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한다. 바람은 지금도 나무를 흔들고 있고, 대선은 93일 남았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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