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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YP “얼굴도 음악도 모르지만 앨범 사세요”
내년 2월 데뷔 신인 걸그룹 파격 행보
자신감 마케팅 선주문 6만장 훌쩍 넘겨
JYP엔터테인먼트는 앞서 지난 7월 새 걸그룹의 론칭을 공식 발표하며, 앨범 예약 판매를 먼저 시작하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데뷔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원더걸스, 미쓰에이, 트와이스, 있지(ITZY)에 일본 걸그룹 니쥬까지....

이름만으로 ‘성공 신화’가 됐다. 출격하는 걸그룹마다 홈런을 친 JYP엔터테인먼트가 내년 2월 신인 걸그룹의 데뷔를 앞두고 장장 7개월의 ‘물밑 작업’을이어가고 있다. 전략이 파격적이다. K팝 사상 전에 없던 시도가 나왔다. ‘걸그룹 명가’를 자부하는 JYP의 자신감이 업계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앞서 지난 7월 새 걸그룹의 론칭을 공식 발표하며, 앨범 예약 판매를 먼저 시작하는 이례적인 방식으로 ‘데뷔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JYP의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두 가지였다. “자타공인 걸그룹 흥행보증수표인 JYP의 자신감”이라는 시각, “철저한 마케팅”이라는 시각이다. 데뷔할 걸그룹의 이름은 물론 멤버의 얼굴, 인원수, 콘셉트, 음악 등 무엇도 공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한 “블라인드 마케팅”을 걸고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JYP 관계자는 “JYP 내에서도 이러한 블라인드 마케팅은 다소 파격적이고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국내 걸그룹으로는 ‘있지’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새 걸그룹 데뷔를 앞두고 JYP는 일종의 정예부대를 구성했다. 회사 설립 이래 최초로 신인 걸그룹만을 위한 아티스트 4본부를 신설한 것이다. 해당 본부에는 원더걸스 선미, 2AM 진운, 2PM 닉쿤, 트와이스 정연 사나 지효 쯔위, 데이식스 영케이, 갓세븐 마크 잭슨 유겸, 스트레이 키즈 현진 필릭스 등을 캐스팅하고 트레이닝한 최고의 인력들이 뭉쳤다. JYP 측은 “신인 그룹과 함께 새로운 신설 본부 홍보 효과도 노렸다”고 말했다.

JYP가 전에 없던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업계에서 K팝 팬덤의 충성도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K팝의 팬덤이 커지며 대형 기획사들은 소속 아티스트는 물론 연습생까지도 팬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데뷔 전 이름을 알리며 팬덤을 확보한 멤버들이 속한 그룹은 데뷔 이후에도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가능성을 사전 앨범 판매라는 실험으로 연결한 사례는 없었다. JYP 관계자는 “원더걸스부터 있지를 잇는 JYP엔터테인먼트를 향한 팬들의 믿음과 기대감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마케팅”이라고 했다.

열흘간의 사전 예약 판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그룹의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판매한 데뷔 앨범 한정판 ‘블라인드 패키지’는 선주문량 6만1667장을 기록했다. 일반적인 신인 걸그룹의 데뷔 앨범 초동 판매량을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기존 JYP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한 팬은 물론 K팝 팬들이 구매 대상이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기획 자체가 K팝을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됐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서도 JYP에 대한 충성도와 신뢰를 확인한 셈이다.

이후 JYP는 지난 8월부터 11월 19일까지 총 일곱 명의 멤버(지니, 지우, 규진, 설윤, 배이, 해원, 릴리)를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멤버들이 베일을 벗을 때마다 그룹에 대한 관심도는 더 높아졌다. JYP 관계자는 “블라인드 패키지 구매자들을 자연스럽게 데뷔 후 팬덤으로 흡수하고, 공개될 멤버들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 효과가 있었다”고 봤다. 뿐만 아니라 ‘프로듀스101’(Mnet) 등 시청자들의 투표를 유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앨범을 구매한 ‘잠재적 팬’들을 ‘공동 제작자’나 ‘투자자’로 느끼게 하는 효과도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JYP가 데뷔 전 걸그룹의 앨범을 사전 예약 형태로 판매한 것은 한정판의 형태로, 일반 소비자나 대중에게 투자하는 기분이 들게 했다”며 “아이돌 문화에 익숙하고 소비하는 입장에선 JYP라는 타이틀이 충분히 검증된 만큼, 미리 앨범을 구매해 내 손으로 초석을 다져준다는 기분을 주는 마케팅의 방법이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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