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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은 개혁아닌 구원할 때” 극우 제무르, 佛대선 출사표
마크롱 때리며 출마 공식선언
反이민·무슬림 노골적 비난행보
스스로 ‘Z세대’…2030 바람몰이
욕설·총기 구설에 지지율 하락세

“당신은 당신이 알던 프랑스에 있지 않다고 느끼고 있고, 조국에 있으면서도 외국인처럼 느끼고 있다. 내면에서 당신은 망명자다.”

인종 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프랑스 내 팽배한 ‘반(反) 이민’ 정서를 자극해 온 극우 성향 평론가 에리크 제무르(Eric Zemmour·63·사진)가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몽드·AFP 통신에 따르면 제무르는 이날 오후 유튜브에 공개한 9분 분량의 사전 녹화 영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43) 프랑스 대통령을 비난하며 “이제는 프랑스를 개혁할 때가 아니라 구원할 때”라고 자신의 출마 이유를 밝혔다.

제무르는 출마 선언에서 많은 시간을 반 이민 여론을 불러 일으키는데 사용했다.

그는 “이민이 늘어나면서 ‘진짜 프랑스’가 사라졌다”며 “내가 프랑스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의 딸들이 머리에 스카프(히잡)를 두르지 않아도 되고, 우리의 아들들이 순종적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구식 마이크를 앞에 둔 채 연설문을 읽어내려가는 제무르는 나치에 맞서 레지스탕스 참여를 독려했던 드골 장군의 연설 장면을 연상시키도록 노력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동안 제무르는 수위 높은 노골적 발언으로 프랑스의 이민 정책과 무슬림을 비난했다. 이 때문에 제무르는 프랑스 법원에서 혐오 발언 혐의로 수차례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올해 9월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제무르는 ‘원조 극우’로 꼽히는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의 지지율을 한때 넘어서는 등 이번 대선에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특히, 소셜미디어(SNS) 상에선 스스로를 ‘Z(제무르)세대’라 부르는 20·30대 열성 지지층이 형성되기도 했다.

다만, 최근 들어 극우 대선 후보는 르펜이 아니라 제무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최근 그가 보여준 기행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전날 제무르는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자신을 향해 가운뎃손가락 욕설을 한 여성을 향해 똑같이 대응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 구설에 올랐다.

여기에 한 박람회에서는 총기를 들고 기자를 겨눠 논란이 된 데 이어, 여성 보좌관과 부적절한 관계에 있다는 대중지 보도도 그의 평판에 악영향을 미쳤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제무르의 하락세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해리스인터렉티브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선 1차 투표에서 제무르를 뽑겠다는 응답은 13%로 전주 대비 3~4%포인트 하락했다. 23%로 1위를 기록한 마크롱 대통령과 19%인 르펜 대표에 뒤쳐진 것은 물론이고, 우파 공화당(LR)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그자비에 베르트랑 오드프랑스 의장(14%)에게도 역전당한 상황이다.

1차 투표에서 1,2위를 차지한 후보가 진출하는 결선에서 르펜 대표보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여론 조사도 제무르에겐 치명타다. 해당 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르펜 대표와 제무르에게 각각 54% 대 46%, 60% 대 40%로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 역사·정치학자 마르셀 고셰는 “제무르의 공식 출마 선언은 르펜 대표가 더 온건하고 정상적인 정치 지도자로 보이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극우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결과로는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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