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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버려지던 굴 껍데기, 자원으로 재탄생되다

고급 해산물 요리로 인기가 많은 바닷가재요리는 17세기만 해도 가난의 상징과도 같아서 주로 해안가의 죄수나 하층민에게 제공되는 음식이었다. 당시에는 바닷가재를 푹 삶아서 조리했기 때문에 깊은맛이 모두 국물로 빠져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세기 들어오면서 찌거나 살짝 데치는 프랑스식 조리법이 퍼져나가면서 바닷가재는 최고급 요리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된다.

조리법 하나를 변경했을 뿐인데 바닷가재는 미운 오리 새끼에서 화려한 백조로 부활한 것이다. 지금 해양수산부는 연안의 골칫거리로 취급돼온 수산부산물을 백조로 변신시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수산부산물이란 수산물의 포획·채취·양식·가공·판매 등의 과정에서 기본 생산물 외에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뼈, 지느러미, 내장, 껍질 등을 말한다. 특히 굴 껍데기와 같은 패각 폐기물 등은 해마다 약 30만t이 발생되고, 그간 처리되지 못한 채 연안에 수년간 적재·방치된 패각 폐기물은 90만t 이상에 이른다. 이는 연안어촌의 경관 훼손, 오·폐수 발생 및 악취, 주민 갈등을 유발해 오랜 기간 지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졌다.

해수부는 수산부산물 문제해결을 위해 이해관계자 간 갈등 조정, 창의적인 정책 제안 수렴 및 대형 제철소와 폐기물처리업체, 국회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 등 적극 행정을 추진했고, 마침내 2021년 6월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한 환경부와 협업을 통해 민간기업이 패각 폐기물을 재활용해 개발한 제철용 소결제(철강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부재료)를 활용하고 상업화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지원했다.

또한 우리나라 최대 굴 생산지인 통영 지역에 굴 껍데기를 재활용한 탈황흡수제 생산시설을 조성해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을 흡수, 제거하는 데 굴 껍데기를 사용할 예정이다.

골칫거리였던 굴 껍데기의 재활용은 우리 어촌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아름다운 해변을 선사해줄 것이다. 또한 수년간 방치된 90여만t의 굴 껍데기를 소결제로 재활용할 경우 경제적 가치는 400억원에 달하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약 41만t의 이산화탄소가 감축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는 소나무 3억그루를 심는 효과와 동일하다. 굴 껍데기는 13% 내외가 탄소로 이뤄진 주된 탄소흡수원으로, 재활용 과정에서 석회석 대체, 온실가스 저감, 어촌환경 개선 등 1석3조의 효과가 있는 훌륭한 환경파수꾼이다.

현대제철, 포스코 등 국내 민간기업도 수산부산물 재활용에 뛰어들며 ESG 경영을 실천해가고 있다.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의 하위 법령에서도 이런 민간기업의 성공 사례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 근거를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해수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오는 2027년까지 312억원을 투입해 수산부산물의 바이오 소재화를 위한 연구·개발(R&D)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2021년 5월 말에 개최된 P4G정상회의에서는 해양쓰레기를 줄여 해양의 지속 가능성을 회복하자는 내용의 ‘서울선언’을 채택했다. 사용 가치가 없어 연안에 버려진 굴 껍데기 등 수산부산물을 친환경제품으로 재활용해 우리나라 연안어촌에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서울선언을 실천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17세기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바닷가재는 프랑스 요리사들의 관심으로 최고의 해산물 요리로 거듭났다.

해수부가 수산부산물에 가진 높은 관심과 직접 발로 뛴 적극적인 노력이 우리 어촌을 세계적인 친환경 휴양지로 탈바꿈시키고, 우리 수산업을 청정산업으로 인식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엄기두 해양수산부 차관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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