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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꺼져가는 한국의 성장 엔진

최근 들어 국내외 기관들이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추락하고 있다고 잇따라 전망하고 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호가 서서히 침몰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재정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의 2030~2060년 잠재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00~2007년 3.8%에서 2007~2020년 2.8%, 2020~2030년 1.9%, 2030~2060년 0.8%로 지속적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것은 OECD 38개국 중 캐나다와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고, 현 상황이 유지될 경우 가까운 장래에 ‘제로성장 시대’에 진입한다는 시나리오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성장잠재력 저하 원인과 제고 방안’을 통해 “지금과 같은 인구 변화와 노동생산성 부진이 지속될 경우 203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1.5%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것은 OECD 재정전망보고서에서 203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한 것보다 더 부정적인 전망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로, 경제의 기초 체력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성장의 기초체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 어느 나라든 성장률은 떨어지게 마련이므로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강속도가 여타 주요국보다 월등히 빠르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1%에서 2011∼2015년 3.2%로 낮아졌고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2021∼2022년에는 2.0%로 추락했다. 20여년 만에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으로, 세계 주요국 중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빠른 추락이다. 더군다나 저성장이 ‘뉴노멀’로 고착화되고 있는 한국에서 잠재성장률이 추락한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활력을 잃고 성장엔진이 꺼져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등 요소투입 기여도가 낮아지고 생산성이 급락한 데 기인한다. 저성장 기조에 있는 경제에서는 요소 투입보다 요소생산성이 잠재성장률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우리 경우도 금융위기 이후 노동생산성 증가율의 급락이 잠재성장률을 추락으로 이끈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이 주요 요인이지만 현 정부의 정책 실패와 더불어 ‘기업 규제 3법’ ‘노조 3법’ ‘기업징벌 3법’ 등으로 기업을 옥죄고 노조의 힘만 키운 친노동·반기업 정서의 영향도 크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 꺼져가는 성장엔진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과거처럼 투입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투입 효율을 높여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밖에 없다. 노동의 투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개혁이 급선무이고, 자본의 투입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규제개혁과 기술혁신이 필수다. 특히 우리 잠재성장률 제고의 핵심은 노동생산성 향상이므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강성 노조가 아닌 시장의 힘을 키우는 진정한 노동개혁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다. 또한 ‘규제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날 획기적인 규제개혁으로 친시장·친기업 환경을 조성하고,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기반의 신성장산업 중심으로 기술혁신 역량을 제고해야 한다.

강명헌 단국대 명예교수·전 금융통화위원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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