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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형의 현장에서] 대선 앞두고 카드수수료율 정하는 정부

카드수수료율 인하 진통이 재연될 조짐이다. 금융 당국과 카드업계 간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국이 3년마다 결정한 수수료율을 일괄 적용하는 구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율 문제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상공인단체들이 대형 가맹점보다 높은 카드수수료율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부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을 개정했다. 법 개정을 통해 금융위원회는 매출별로 수수료를 차등 적용하고, 3년마다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원가)을 산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은 가맹점 수수료율 산출을 위해 카드업계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VAN·카드결제 중개업자)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의 원가를 분석해 산정한 비용이다.

현재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여전법에 따라 신용카드 가맹점이 신용판매의 적격비용에 일정 마진을 붙여 산정한다. 현재 국내 카드 가맹점 중 연매출이 3억원 이하인 영세가맹점은 0.8%의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연매출 30억원 이하의 가맹점까지도 중소 가맹점으로 보고 1.6%의 수수료율을 적용하면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 곳은 전체 가맹점의 96%에 달한다.

주목할 대목은 매출별로 수수료율을 정하는 나라가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호주, 유럽연합은 상한선만 정하고 있다.

현재 수수료율은 카드사와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다. 금융위가 이처럼 일괄적으로 수수료율을 정하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이 각종 수수료의 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자율경쟁 체제를 이어가고 있지만 유일하게 카드사만 정부에서 원가를 분석해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수수료율은 2012년 이후 3차례 연속 인하됐고, 대상 가맹점도 매출 기준 2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되는 등 사실상 수수료율은 꾸준히 인하됐다. 금융위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작업을 마치고 이르면 이달 말 여전법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내년부터 3년간 적용할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가 포함된다.

이를 놓고 여신금융업계에서는 적격비용 재산정제도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가맹점의 경우 연말 카드이용금액 1.3%에 대해 1000만원 한도로 세액공제를 받고 있어 실질수수료는 연매출 3억원 미만 가맹점은 -0.5%, 3억~5억원 가맹점은 0%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제도 존속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보이면서 앞으로 조달비용이 증가할 텐데 카드수수료를 또 인하하면 회원에 대한 혜택 축소와 연회비 부담 증가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업계는 궁여지책으로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는 향후 적격비용에 기초한 카드수수료 재조정을 지속하는 게 바람직한지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내년 대선을 앞두고 추가 인하가 예상된다. 업계의 자율적인 수수료율 결정은 여전히 요원하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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