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서오릉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내달 4차 사전청약이 진행되는 3기 신도시 창릉지구의 개발 사업에 여러 돌발 변수가 겹치며 예정일보다 입주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서오릉이 창릉 부지와 가까워, 개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으며, 신도시 개발을 위한 첫 단계인 토지 보상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개발계획 유출에 따른 투기 가능성 등에 대한 주민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창릉지구 모습. [연합]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천 검단 ‘왕릉 뷰’ 아파트 논란이 불거진 이후 유네스코의 권고에 따라 정부가 고양 창릉신도시 등에 대해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세계유산에 대한 영향 평가를 진행해 그 결과를 유네스코에 보내 사전 심의를 받으려는 것”이라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준(OUV) 유지에 영향이 없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사업 지연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한다. 유산영향평가에만 1년 이상이 걸리고, 평가 이후에는 결과를 반영하기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으로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서오릉은 서울 서쪽에 모여 있는 조선 왕조의 창릉과 익릉, 명릉, 경릉, 홍릉 등 왕릉 5기를 일컬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됐다.

2019년 신도시 지정 당시부터 서오릉 훼손 우려로 창릉지구 지정 철회 요구가 잇따랐다. 813만㎡ 부지에 3만8000가구가 들어서는데 서오릉과 인접해 있어, “개발 과정에서 왕릉 경관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민 항의가 이어졌다.

일부 지역은 서오릉 반경 500m 구간에 포함돼, 일정 높이 이상의 건축물을 조성하려면 문화재청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반경 500m를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지정해 건축물 높이가 20m를 초과하면 심의를 받도록 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창릉신도시는 입지검토·개발구상 단계부터 경관분석 등을 통해 서오릉에 대한 영향이 없도록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유산 영향평가 뿐 아니라 창릉 지구와 인근 지역의 공직자 투기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창릉은 LH 직원에 의해 내부 검토 도면이 유출되고도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창릉 지구는 서울에 인접해 신도시 예정지 가능성이 컸던 지역이었지만 2018년 도면 유출 파문이 일면서 3기 신도시 1차 발표 때에는 빠졌다. 정부는 해당 지역 개발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1년 후인 2019년 5월 개발 계획에 있던 상당 지역이 포함된 창릉 3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됐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의 창릉역 신설도 논란이다. 당초 계획에 없었던 창릉역은 지난해 12월 말 3기 신도시(남양주왕숙, 고양창릉) 광역교통개선대책을 통해 신설 방안이 갑자기 발표됐고, 이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창릉역 추가에 따라 A노선의 개통이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창릉지구는 다음달 1700가구 사전청약을 받아 이르면 2025년 입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러 논란을 조기에 마무리 짓지 못하면 입주는 예정일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창릉지구는 2019년 5월 신도시 확정 이후 2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토지보상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3기 신도시 공급일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산 영향평가 등 선제적 조치는 지구지정, 지구계획 등 인·허가 및 사업일정과 병행 추진해 주택공급 일정에는 차질이 없도록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조주현 명예교수는 “정부가 밀실에서 서둘러서 공급대책을 마련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좀 더 심도있게 전문가 의견을 듣는 등 관련 제도 전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