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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군 하사 강제추행으로 또 사망…공군, ‘스트레스성 자살’ 둔갑”
5월 공군 내 여군 하사 또 다시 사망…이 중사 사망 시기
처음에는 ‘스트레스성 사망’으로 알려…이후 강제추행 혐의 드러나
군인권센터 “공군, 뒤늦게 성폭력혐의 알려…관련자 처벌해야”
임태훈(왼쪽) 군인권센터 소장. 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군인권센터(이하 센터)가 지난 5월 한 여군 부사관(하사)이 강제추행을 당한 뒤 사망했지만, 초기에 공군이 이를 숨기고 ‘스트레스성 자살’로 둔갑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성추행과 2차 가해로 고(故) 이 중사가 사망했던 지난 5월 당시, 공군 내 또 다른 전투비행단에서 여군 부사관이 성폭력으로 극단적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15일 센터는 서울 마포구 센터 건물에서 “공군 8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A 하사가 지난 5월 11일 사망했다”며 “공군 8전투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찰이 A 하사에 대한 가해자인 B 준위의 강제추행 자백까지 받아놓고도 A 하사의 성폭력 사건을 은폐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참 시간이 지난 10월 14일에야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에서 B 준위를 강제추행 혐의로 늑장 기소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5월 11일 A 하사 부서 상관인 B 준위는 A 하사가 출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전 7시33분부터 23차례 걸쳐 전화를 걸었다. 연락이 닿지 않자 그는 A 하사의 숙소를 찾아 문과 창문을 열어 인기척을 확인하려고 했으나 잘 안 되자 대대 주임원사를 기다렸다가 둘이 함께 방범창을 해체하고 숙소로 진입해 오전 8시48분께 A 하사가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 이후 이 둘은 피해자 집의 컴퓨터 책상에 있던 노트 등을 만지고 집안을 수색했다.

이에 공군 8전투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찰은 B 준위와 주임원사를 공동재물손괴, 공동주거침입, 주거 수색으로 수사한 뒤 기소했다.

그러면서 당시 A 하사의 변사 사건을 두고 “업무과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군대에서의 삶과 보직변경의 불확실함에 대한 불안으로 스스로 목을 매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공군 8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은 B 준위로부터 지난 3~4월 초 사이와 4월 21일 부대 상황실에서 A 하사의 볼을 잡아당기는 강제추행을 했다는 점을 자백받았다. 이때 A 하사는 “얼굴 만지는 것 싫습니다”라는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리고 4월 21일부터 A 하사가 B 준위의 전화 연락을 피하는 수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A 하사 사망 이틀 전인 지난 5월 9일에도 B 준위는 A 하사를 만났다. 이날도 B 준위는 A 하사에게 만나자고 했고, 집 앞에 도착한 B 준위는 자기 차에 A 하사를 태운 다음 20분가량 있었다. 그런데 5월 9일 이후 B 준위는 A 하사와의 통화 기록을 골라서 삭제한 것으로 전해진다.

B 준위는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현장에서 노트북이나 유서 등 기록물을 챙겨나온 일이 있습니까?’, ‘함께 근무하는 동안 피해자와 성적인 스킨십을 하거나 성관계를 한 적 있습니까?’ 등의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으나 모두 거짓말로 탐지 판명됐다고 한다

이후 지난 8월 3일, 돌연 공군본부 보통검찰부는 B 준위를 ‘군인 등 강제추행’으로 입건시켰다고 한다. 해당 수사는 다시 지난 10월 14일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되는데, 이때 유가족은 처음으로 A 하사 사망과 관련해 강제추행 혐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한다.

센터는 “공군본부가 강제추행 사실을 수사과정에서 인지했지만 이를 유가족에게 숨기며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기 위해 초기에는 주거침입 등으로만 기소했다”며 “이후 군은 뒤늦게 슬그머니 강제추행 건을 추가로 입건한 기막힌 행태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건의 진상 규명을 통해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군 내 성폭력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사망의 인과관계를 살펴 가해자를 엄히 처벌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은폐와 축소를 한 수사 관련자와 지휘계통을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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