펨코·디시 등 온라인 커뮤니티 글 공유하기도
최대 취약층인 20대 남성 콕 집고 껴안기
與 “이들 얘기 들어봐야 한다는 후보의 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30세대와 연일 마주하며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내년 대선의 캐스팅 보터로 떠오른 청년층 민심을 공략하는 광폭행보다. 이 후보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청년들과 만나 가상자산 과세유예 및 정책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같은 청년층 일정은 최근 거의 매일같이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날인 지난 5일엔 대구에서 경북대 학생들과 만났고, 주말에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청년공유주택을 찾았다. 8일에는 청년 기업가들을 만나 “대표를 뽑아 선대위도 좀 참여해달라. 야당 선대위에 양다리 걸쳐도 괜찮다”고 직접 구애했고, 9일엔 일정이 취소됐지만, 청년 소방관과의 간담회도 예정돼 있었다.
청년층 중에서도 지난 4.7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에 등을 돌렸던 ‘이대남(20대 남성)’을 콕 집어 끌어안기에도 나섰다. 이 후보는 당 선대위 회의에서 ‘2030 남자들이 펨코(에펨코리아)에 모여서 홍(홍준표 의원)을 지지한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하는가 하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홍 의원 지지자의 글을 SNS에 공유하며 “한번 함께 읽어 보자”고 권했다.
이 후보는 이날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 글을 읽어보길 권유한 이유는 ‘2030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정치인이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다’는 청년들의 절규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청년의 삶을 개선하는 ‘첫 번째 머슴’이 되겠다”고 했다.
이 같은 행보는 자신이 가장 취약한 20대 남성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오마이뉴스 의뢰)에 따르면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 등 4자 가상대결에서 이 후보의 20대 남성(만 18~19세 포함) 지지율은 20.5%에 그쳤다. 이는 남성 전 연령대 중에서 20대가 가장 낮았고, 여성을 포함해도 70세 이상 여성(17.9%) 다음으로 낮다.
반면, 20대 남성의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52.1%에 달했다. 후보 선출 컨벤션 효과를 감안한다 해도 30%포인트 넘게 차이가 벌어진 것은 이 후보 입장에선 비상 신호다.
20대 여성을 보면 이 후보(26.2%)와 윤 후보(31.5%) 차이가 크지 않고, 30대 여성에선 오히려 이 후보(36.0%)가 윤 후보(32.8%)를 앞서는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전국 18세 이상 남녀 2014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서 ±2.2%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대남들은 온라인에서 선거판을 흔들 만한 ‘강한 화력’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자신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를 놀이터처럼 활용하며 ‘밈’을 자발적으로 만들고 공유하며 즐긴다. 특히 내년 대선은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치러지는 만큼 ‘온라인’ 민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의 이대남 끌어안기 행보에 대해 당내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1991년생인 전용기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단순히 20대 남성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기 보다는, 이들의 이야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들어봐야 한다는 것”라면서 “당연히 해야하지만 그동안 잘 못했던 것을 후보가 직접 판단해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학 청년최고위원도 “당 내에서 다소 금기시돼있던 이대남 문제에 대해 우리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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