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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동킥보드 범칙금 6개월…면허·안전모 없는 ‘킥라니’ 여전
전동킥보드 무면허·헬멧 미착용 범칙금 단속 6개월
무면허·헬멧미착용 이용자 적발 건수 2배가량 증가
시민들 불안 여전…“사고날 뻔한 경험 여전히 많아”
킥보드 이용자 사고도 증가…“휴대폰 깨지고 다치고”
“시민의식 부재…인식 개선토록 용어 개선·단속 필요”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킥보드 금지 팻말이 세워져 있다. 김지헌 기자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지난 5월 중순부터 ‘개인형 이동장치(PM)’로 불리는 전동킥보드에 대한 무면허·헬멧 미착용 이용자들을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주행 시 운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적발된 건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다. 막무가내식 인도 운행과 무단 방치 등이 지속되면서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을 ‘킥라니(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라고 비하하는 따가운 시선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 이용자들의 안전불감증 등 주행문화에 대한 시민의식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도로교통법이 개정된 지난 5월 13일 이후 개인형 이동장치의 무면허·헬멧 미착용 적발 건수는 증가세를 보여왔다. 무면허 적발은 ▷5월 91건 ▷6월 617건 ▷7월 1112건 ▷8월 1378건 ▷9월 1455건 ▷10월 1340건 등 총 5993건에 이른다.

헬멧 미착용은 ▷5월 296건 ▷6월 5123건 ▷7월 9476건 ▷8월 1만2052건 ▷9월 1만2086건 ▷10월 1만1075건 등 총 5만108건의 적발 건수를 기록했다.

현재 원동기장치자전거 이상의 면허를 소지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탑승하면 범칙금 10만원,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고 킥보드를 타면 범칙금 2만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이런 범칙금 부과에도 무면허·헬멧 미착용 적발 건수가 모두 지난 6월보다 10월에 2배가량 증가하며 시민 불안은 여전한 상태다.

서울 강남구 역삼역 일대를 매일 오가는 60대 여성 양모 씨는 “최근 인도가 아닌 차도로 오가는 전동킥보드들이 많아진 것은 다행”이라며 “그러나 최근에도 킥보드를 인도에서 타거나 건물 모퉁이에서 확 꺾어나오는 이용자들이 있어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초순 서울 마포구에서 경찰이 헬멧을 미착용한 전동킥보드 이용자를 적발하고 있다. 김지헌 기자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30대 한모 씨 역시 “지난번에도 식당에서 밥 먹고 나오다 문 앞에서 휙 지나가는 킥보드에 부딪칠 뻔했다”며 “사람이 많이 오가는 횡단보도 앞에서 실제로 사람을 치고 가는 경우도 몇 번 봤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전동킥보드 이용 수요가 많은 대학가에서도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 홍익대 2학년 한모 씨는 “10월에 학교 수업을 들으러 가기가 너무 멀어 킥보드를 어쩔 수 없이 탄다는 친구들이 종종 봤다”며 “마음 편히 천천히 걸으며 휴대전화를 하려고 하면 갑자기 친구들이 킥보드를 타고 나타나 놀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대학생이지만 둘이 킥보드를 같이 타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 사이를 빠른 속도로 가는 이들을 보면 킥보드 이용자를 한 대 치고 싶은 심정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막무가내식 전동킥보드 이용이 보행자뿐 아니라 킥보드 이용자의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연세대에 재학 중인 이모 씨는 “학교 안에서 킥보드를 부주의하게 타다가 혼자 넘어지거나 휴대전화가 바닥에 떨어져 박살나는 것도 직접 눈으로 봤다”며 “보행자도 위험하지만 막무가내식 운전을 하게 되면 이용자 역시 위험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헬멧 등 안전모를 쓰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타다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말 서울 노원구 상계로에서 A(17)군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내리막길을 달리다 전신주와 충돌해 사망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A군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군은 사고 당시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가 있었고 음주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동킥보드 안전과 관련해 시민의식이 성숙할 필요가 있다”며 “전동킥보드가 오토바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운행된다는 점을 시민이 알 수 있도록 용어를 고친다든지, 꾸준한 단속을 통해 시민이 킥보드에 대한 인식을 과거와 달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한 대학의 인도에 킥보드가 무단 방치돼 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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