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골 검사’ 주목받은 건 2013년 국정원 사건
文정부 첫 해, 서울중앙지검장 오르며 파격 승진
2019년 6월, 검찰총장 취임 이후 정권 향한 수사
秋·尹 갈등으로 ‘식물 총장’ 전락…결국 올 3월 사퇴
6월 정계 입문, 7월 말 국힘 입당…제1야당 후보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 선출된 윤석열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당 점퍼를 입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최종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정계에 입문한 지 4개월 만의 성과다.
검찰개혁을 놓고 현 정권과 갈등을 빚다 올해 3월 검찰총장직을 내려놓은 윤 후보는 지난 6월 본격적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정권에 반기를 들어 단숨에 인지도를 얻은 덕에 윤 후보는 총장직을 사퇴하기도 전부터 야권의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지난 7월 30일 우여곡절 끝에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후엔 줄곧 지지율 선두를 달리며 ‘야권 대장주’로 꼽혀왔다. 경선 중반 이후 ‘무야홍’ 바람을 탄 홍준표 의원과 막판까지 박빙의 승부를 벌인 윤 후보는 결국 이날 정권교체의 깃발을 손에 쥐었다.
윤 후보는 1960년생으로 올해 61세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나 충암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에 재학 중이던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 직후 교내 동아리인 ‘형사법학회’가 주최한 모의재판에서 검사 역할을 맡은 윤 후보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정치 성과는 4개월 만에 이룬 윤 후보지만 사법시험은 ‘8전 9기’ 끝에 합격했다. 1994년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가 처음 평검사로서 주목을 받은 건 1999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 소속 검사 시절이다. 당시 김대중 정권 실세로 불리던 박희원 경찰청 정보국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맡아 자백을 받아내고 구속시켰다.
이후 2002년 검찰을 떠나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년간 변호사로 일한 그는 2003년 다시 광주지방검찰청으로 복귀했다. 짧은 기간 내 복귀한 건 변호사 업무가 윤 후보의 적성에 맞지 않았던 이유로 전해진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파견돼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수사를 맡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구속시켰다. 윤 후보가 검찰 내 특수통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계기다.
윤 후보가 ‘강골 검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2013년 박근혜 정부 첫 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면서다. 그는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해 상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당시 윤 후보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앞서 같은 해 4월에 그는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서 상부의 반대를 뿌리치고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직원을 체포했다. 당시 검찰 내부 보고체계 무시를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되기도 했다.
정권에게 밉보인 윤 후보는 좌천 당해 약 4년간 한직을 떠돌았다. 그러나 그는 2016년 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며 박영수 특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하게 된다. 게이트에 연관된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모두 구속시키며 ‘국민 검사’라고 불릴 정도로 성공적인 복귀를 이뤄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윤 후보는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오른다. 당시 전임이었던 이영렬 지검장과 다섯 기수 차이가 나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받기도 했다. 윤 후보는 2018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을 다시 파헤쳐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구속시켰다. 보수 진영의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킨 탓에 한때 보수 세력의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헤럴드경제DB] |
2019년 6월, 문 대통령은 윤 후보를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또 한번의 파격 승진이었다.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검찰총장 자리에 오른 윤 후보가 현 정권과 갈등을 겪기 시작한 건 같은 해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모펀드 논란, 입시비리 의혹 수사에 착수하면서부터다. 이후에도 유재수 전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 수사의 칼날이 정권을 향하자 정부와 집권여당의 견제가 심해졌다.
조국 전 장관 후임으로 지난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후보 측근을 인사이동을 통해 교체하는 등 강도 높은 압박을 가했다. 당시 윤 후보에게 ‘식물 총장’이라는 말이 따라붙기도 했다. 추 전 장관은 채널A 검언유착 의혹, 한명숙 전 총리 위증교사 의혹 등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6가지 이유를 근거로 윤 후보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청구했다. 이에 윤 후보는 집행정지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인용 결정을 받아 복귀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윤 후보는 올해 3월 4일,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다.
윤 후보는 지난 6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입당 초기엔 이준석 당대표와의 갈등, 경선 과정에서 매머드급 캠프를 이끌며 각종 설화에도 휩싸였지만 결국 4개월 만에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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