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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있는 삼겹살·된장찌개...알고보면 ‘화학 레시피’
소금·기름·장·식초·설탕 속 ‘맛’ 비밀
화학硏, 영상 콘텐츠 ‘맛있는 화학’ 공개
삼겹살 굽기전 소금뿌리면 수분·맛 잡아
음식 튀길땐 ‘겉바속촉’ 기름 온도 180℃
된장 속 글루탐산은 MSG 주성분 감칠맛
집된장 오래 끓이면 단백질 분해 맛 ‘↑’
한국화학연구원 은 음식 속에 숨겨진 화학적 원리를 영상으로 풀어냈다.[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짭쪼름한 삼겹살, 바삭한 튀김이 맛있는 이유는 화학 때문이다?”

인간의 미각을 자극해 음식 맛을 더 높이는 비결에는 화학적 원리가 담겨 있다. 화학 기술은 인류 실생활 곳곳에 녹아 있지만 특히 음식에 고스란히 적용돼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최근 이 같은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영상 콘텐츠 ‘맛있는 화학’을 공개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소금, 기름, 장, 식초, 설탕 등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 있을까.

▶맛있는 고기, 소금의 단백질 응고 작용 덕분=소금은 짠맛을 내는 재료로 쉽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소금은 화학작용을 통해 각종 육류, 채소 등 식재료의 맛과 성질을 변형시키는 복합적 기능을 한다. 이 같은 조미료는 소금이 유일하다.

삽겹살에 소금을 뿌리면 실제로 고기 맛도 좋아진다. 이는 소금의 단백질 응고 작용에서 비롯된다. 액틴, 미오신, 미오겐 등 근육 단백질을 응고시켜 내부에 있는 수분과 맛 성분 유출을 막아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기를 굽기 직전에 소금을 뿌려야 고기 맛이 좋다고 말한다.

생선 손질 시 소금을 뿌리면 생선 표면의 수분에 녹아 짙은 소금물이 된다. 이때 생선을 이루는 세포막을 통해 세포 내부에서 외부로 수분이 배출된다. 이 수분과 함께 비린내를 일으키는 아민, 휘발성 지방산 등도 빠져나온다. 생선에 소금을 뿌리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름의 물보다 높은 끓는점, ‘겉바속촉’원동력=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하는 기름은 채소·해산물·육류 등 다양한 식재료와 어우러져 음식의 풍미를 높여준다. 물보다 끓는점이 높아 200℃ 정도에서 음식을 빠르게 조리해 바삭한 질감과 풍부한 맛을 만들어낸다.

곽근재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기름은 물보다 가벼워 위쪽으로 뜨기 때문에 음식 표면에 드러나 음식을 코팅하고 물보다 끓는점이 높아 음식 표면의 수분을 제거해 식감을 살려준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특성은 화학적으로 물과 친하지 않은 지질의 속성에서 기인한다. 지질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당질과 마찬가지로 탄소·수소·산소지만 화학 결합 방식이 달라짐으로써 당과는 전혀 다른, 기름만의 독특한 성질을 지니게 된다.

곽 박사는 “튀김 요리 시 기름이 재료 표면의 수분을 제거하지만 내부에는 수분이 남아 있어 그야말로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이상적인 기름 온도는 180℃ 내외다. 여기서 조금만 올라가면 타게 되고 내려가면 눅눅해진다.

▶MSG 주성분 발효 거쳐 된장 풍미 완성=가장 한국적인 양념 중 하나인 된장의 구수하고 달달한 맛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이 담당한다. 글루탐산은 오늘날 널리 쓰이는 조미료인 글루탐산나트륨(MSG)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글루탐산은 원래 콩 단백질 속에서는 펩타이드 형태로 묶여 있어 구수한 맛과 감칠맛을 잘 내지 않지만 발효과정에서 효소에 의해 분해돼 여러 가지 풍미를 일으킬 수 있는 향미를 더하게 된다.

곽근재 박사는 “된장은 단백질 외에도 여러 성분들이 소화를 돕고 암이나 당뇨, 비만을 억제할 수 있다”면서 “다만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기준량 보다 높은 염도를 지니고 있어서 적당히 먹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된장찌개를 끓이는 시간은 된장의 발효시간과 비례한다. 짠맛이 강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 집된장에는 단백질이 완전 분해되지 않고 펩타이드 형태로 많이 남아있다. 집된장으로 끓이는 된장찌개는 약한 불에서 오래 끓일수록 점점 펩타이드가 분해되면서 맛이 좋아질 확률이 높아진다.

▶아세트산의 산물 ‘식초’...도파민 같은 기능의 ‘설탕’=식초는 유기산의 일종인 아세트산이 3~5% 녹아있는 묽은 수용액이다. 식초의 개성을 살리는 신맛 역시 아세트산의 산물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양조식초는 포도, 사과, 레몬, 감, 매실 등의 과일과 쌀, 밀, 보리 등 곡류 어느 것으로도 만들 수 있다. 과일이나 곡물에서 공통적으로 얻을 수 있는 ‘당’ 덕분이다. 포도에 효모를 넣어주면 포도당 한 분자가 두 분자의 에탄올, 두 분자의 이산화탄소로 바뀌는 알코올 발효가 일어난다.

발효가 일어난 에탄올에 아세트산균을 넣어주면 에탄올이 분해돼 물과 아세트산이 만들어지는 초산발효가 진행된다. 이 발효가 일어나면 신맛이 나는 식초가 된다. 감칠맛 나는 생선, 아삭한 채소는 식초의 이 ‘산’ 성질 덕분이다.

흔히 우울하거나 피곤하면 ‘당이 당긴다’라는 말을 하는데 설탕이 많이 첨가된 음식을 먹으면 실제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는 단맛이 세트로닌이나 도파민처럼 뇌에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탕은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과다 섭취하면 몸에 해롭다. 급속한 혈당 상승이 반복되거나 혈중에 포도당이 많아지면 췌장에서 그만큼 많은 인슐린을 분비해야 하고 세포는 이런 작용에 지쳐 인슐린 민감도가 떨어지게 된다.

무조건 설탕을 넣는다고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탕을 넣는 순서와 양에 따라 맛이 크게 좌우된다. 찜요리 같은 것을 할 때 설탕은 재료에 배어드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소금이나 간장보다 빨리 들어가야 하고, 콩자반 같은 음식을 만들 땐 나중에 넣어야 식감이 좋아질 수 있다.

구본혁 기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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