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핵추진 잠수함 버지니아호. [AP]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군의 최신형 핵추진 잠수함 기술을 빼돌리다 체포된 미 해군 기술자 부부가 무기징역 위기에 처했다.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미 연방검찰은 전날 원자력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미 해군 소속 기술자 조너선 토비와 아내 다이애나 토비가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 부부에게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토비는 외국에 미 해군의 최신형 버지니아급 공격형 핵잠수함 기술 관련 문건 수천 건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원자력법에 따라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는 특별취급자료에 손을 댄 것이다.
그러나 토비가 외국 당국자로 믿고 교신했던 상대방은 위장 근무 중인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이었다. 토비는 한 척 구축에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가 드는 이 핵잠수함 기술 자료를 10만 달러(1억2000만원)에 넘겨줬다.
핵잠수함 기술은 미국이 공유를 극도로 꺼리지만 각국이 눈독을 들이는 최고급 기밀이다. 토비가 애초 접촉했던 국가는 FBI에 핵잠수함 기밀 판매 시도를 신고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수사에도 전폭적 지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WP에 따르면 토비는 자신이 접촉하고 있는 상대방이 외국 정부 당국자인지 확신을 얻고자 워싱턴DC의 그 나라 대사관으로부터 미국의 현충일격 공휴일인 메모리얼데이에 특정한 신호를 받고 싶어했고 FBI와 해당국의 협조 속에 토비의 바람대로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해당 국가가 미국의 동맹국이거나 적어도 파트너십이 있는 국가일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은 1958년 영국을 제외하고는 핵잠수함 기술을 다른 나라에 내준 적이 없다. 최근에는 영국, 호주와 새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하면서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 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미 언론은 두 자녀를 데리고 평범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던 부부가 최고급 기밀을 빼돌리다 체포돼 이웃에 충격을 줬으나, 스파이치고는 엉성한 대목도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례로 토비 부부는 메모리카드를 약속된 장소에 전달하러 집을 떠나면서 페이스북에 아이를 봐줄 사람을 구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때는 이미 FBI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던 때였다.
이들은 반창고 포장지와 껌 상자, 땅콩버터 샌드위치 등에 메모리카드를 숨겼으나 결국 적발돼 9일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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