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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탄생의 역사 속 건강성
제주도 남쪽 수생화산의 폭발과 퇴적 침식에 의해 형성된 서귀포 대포동 주상절리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옥황상제의 셋째딸이자 말잣딸(막내)인 설문대할망은 하늘과 땅이 맞붙은 천상계 생활이 무료해 어느날 하늘 바깥 세계에 호기심을 느껴 하늘과 땅을 갈라놓았다가 아버지의 노여움을 산다. 즉시 쫓겨난 설문대할망은 바깥세계를 가르던 중 퍼 놓았던 흙을 치마폭에 담고 카노푸스별(장수를 상징하는 ‘노인성’)이 잘 보이는 제주에 내려와 그 흙을 내려놓는다. 제주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제주 탄생의 대표 설화이다.

사려니숲길 인근 산굼부리 설화에는 설문대할망이 제주로 올때, 천상연회때 만나 사랑을 시작한 밤하늘의 별, 한감이라는 남친과 함께 왔다고 한다. 둘은 옥황상제에게 쫓겨나 구름과 바람길을 따라 천둥과 벼락을 치며 왔다는 것이다.

산굼부리 억새

제주 섬 탄생과 역사 속에 제주스러운 건강성이 들어있다. 서귀포 쪽에 점토와 모래가 야트막하게 깔려 있다가 180만년전 전부터 인근 수생화산이 연쇄적으로 불을 뿜고 지각이 요동쳐 퇴적층이 만들어지면서 제주도는 제대로 된 섬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다.

이 서귀포층은 제주도의 할머니이다. 남제주 즉, 서귀포시 일대에는 할망의 전설이 참 많다. 하늘에서 가져온 흙을 뿌린 다음 나중에 한라산을 만들어 베개 삼았다고 한다.

용머리해안과 산방산

100만~150만년전 3개의 수생화산 연속 폭발로 만들어진 용머리 해안이 큰 딸, 농도 짙은 용암이 끈적하게 솟아오르다 천천히 식는 바람에 종지 모양이 된 산방산이 두 번째 자식이다.

한경의 수생화산 차귀도도 45만살. 산방산 다음으로 나이가 많다. 바로앞 수월봉이 형 같지만 새까만 후손이다. 수월봉보다는 동북쪽 대척점에 있는 7만살 된 우도가 형이다.

의외로 연배가 높으신 제주 남서쪽 작은 섬 차귀도.
수월봉에서 본 한림쪽 풍경

20만~2만년전 계속된 한라산과 주변 작은 화산의 연쇄 폭발은 제주의 지형을 큼직하게 바꿔놓는다. 한라산은 ‘제주의 종손’ 격이다. 봄엔 들불축제로, 가을엔 억새로 유명한 애월읍의 새별오름도 이 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오름이 생기고 용암언덕은 식생의 생존경쟁이 치열한 곶자왈이 되었다. 곶자왈의 지반은 현무암 돌무지다. 그래서 식물들은 뿌리내리기 쉽지 않으니 뿌리를 땅 속은 물론 지상으로 뻗친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새별오름 정상부 능선

뿌리내리기 식물 보다는 넝쿨식물이 발달한다. 육지의 소나무는 S라인으로 휘어지면서 멋이라도 내지만, 제주의 나무들은 넝쿨 때문에 햇빛 보기 어려우니 하늘로 치솟아 곧고 넝쿨은 이들 나무를 휘감아 제주의 곶자왈엔 빛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그래서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이 잘 자란다. 여름에도 서늘한 곶자왈에선 지하 돌무지 틈새에 가둬진 찬공기가 에어컨 처럼 뿜어져 나오는 ‘풍혈’도 많이 발견된다.

돌은 현무암 뿐 만이 아니다. 분석구(마그마와 함께 분출한 불탄 돌)는 화산에서 나온 거대 돌덩이인데, 분석구가 오름이 된 곳도 적지 않다. 심지어 2만7000년전 하늘을 향해 사선으로 발사된 거대 분석구는 협재바다 앞 비양도가 됐다. 비양도(飛揚島)는 ‘날 비(飛)’자를 쓴다.

지금의 제주 중심부와 북제주 지역의 일부를 만든 한라산 일대는 20만~2만년전까지 지속적으로 화산활동했기 때문에 백록담의 형성기가 비양도와 비슷한 지, 더 먼저인 지 불확실하다. 어쩌면 비양도는 백록담의 두껑일지도 모른다. 한때 산방산이 산신령께서 노해 걷어찬 한라산 백록담의 두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지만, 과학은 산방산이 3대 할아버지쯤 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 우스갯 소리를 용납하지 않았다.

한라산 백록담
수월봉 절벽

비양도 남쪽 수월봉도 1만8000년전 물 속에서 화산이 솟아올라 형성됐는데, 파도와 바람에 깎이면서 77m의 높은 절벽을 형성했다. 제주도 서쪽 지층이 어떻게 쌓여갔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20만년전~1만년전 형성돼 비교적 어린 제주 북부는 한라산과 그 주변의 숱한 화산활동 외에도, 1만년전 구룡농주(九龍弄珠:알오름을 굴리며 아홉개 봉우리가 놀다가 용암을 흘려보냄)의 신비스런 폭발과정을 거쳤던 거문오름이 큰 몫을 했다.

거문오름에서 나온 용암은 거대 용암천이 되어 북쪽, 북동쪽으로 흐르면서 수많은 용암동굴, 중산간 대지 빌레, 빌레못을 만들고, 해안 대지를 빚어내며 문명의 터전을 마련했다. 거문오름은 해발 300~450m 구간에, 1000m 해발 차 층층의 식물들(난대~냉대)이 한군데 모여사는, 신비로운 식생을 보인다. 공기질도 남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비공개구간이다가 세계유산축전 때(10.1~17 온라인 진행중)에만 공개하는 만장굴3 입구. 사진은 탐험대 모습.

성산일출봉은 육지에서 단군연방제국이 협치로 아시아의 평화를 구가하고 있을 때인 5000여년 전, 제주 동쪽바다 속 마그마가 분출한다. 수성화산 중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성산일출봉이다.

처음엔 베트남 원뿔형 갓(농) 모양이었을 성산일출봉은 수천년 파도에 사방의 가장자리가 깎여나가 원기둥형으로 알몸만 남았다. 속살을 보이며 화산 형성과정을 그대로 드러내는데, 어찌보면 거대한 해자 한가운데 천애의 성벽을 둘러친 철옹성 같다.

왕관 모양으로 변한 모서리 끝 바위봉우리는 모두 99개이다. 키가 50~60층 빌딩급인 150~180m나 되는 거인 99명이 강강수월래 대형으로 성산을 지키는 듯 하다.

성산일출봉

인간은 파란만장 했던 제주의 자연을 거스를 수 없었기에 경외하고 보존했다. 해안은 똑똑한 한국인을 만나 문명을 일구는 속도가 빨랐지만, 걱정 소리 하나도 들리잖는, 말이 뛰고 소와 노루 노는 중산간은 오롯이 제주스러움을 간직할 수 있었다. 설문대할망이 천상의 흙을 뿌린 곳, 즉 남쪽 수생화산이 땅을 만들고, 한라산이 생명을 덧입힌 그 곳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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