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계 최연소 지도자’ 오스트리아 총리, 부패 스캔들…결국 사임
22세 정계 입문해 31살 총리 등극한 ‘원더보이’
검찰 수사망 좁혀오자 사임 발표…“막후 영향력 행사” 우려도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EPA]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오스트리아가 혼돈과 교착 상태에 빠지는 것을 그냥 두는 것은 무책임하다.”

2017년 만 31세의 나이로 오스트리아 총리에 오르며 ‘세계 최연소 지도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제바스티안 쿠르츠(35) 총리가 최근 그와 관련된 부패 스캔들이 발생하자 지난 9일(현지시간) 총리실에서 이같이 사임 계획을 밝혔다.

22세 정계에 입문한 뒤 우파를 공략하며 정치판을 휘어잡는 데 성공, ‘원더보이’로 불렸던 그가 끝내 불명예 퇴진한 것은 최근 터진 부패 스캔들이 결정타가 됐다.

쿠르츠 총리는 외무장관 시절 극우 자유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해 총리가 된 이후인 2016∼2018년 사이 자신에게 호의적인 보도를 해달라며 한 신문사에 광고비 명목으로 재무부 자금을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검찰은 이미 지난 6일 총리실을 포함해 재무부와 국민당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쿠르츠 총리는 수사가 본격화하자 코로나19 대유행 상황 등 오스트리아의 행정적 부담을 고려해 스스로 총리직을 사임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어린 나이에 국가 지도자가 된 쿠르츠 총리의 정치 경력은 누구보다 화려했다.

1986년 8월생인 그는 22세인 2009년 국민당 청년위원장을 맡으며 정치 무대에 데뷔했다.

그 후 2년 만인 2011년 내각에 입각한 뒤 내무·외교·국방·재무 등 10개 부처 장관직을 역임했다.

그는 극우 정당인 자유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할 당시 반난민 정책을 공약으로 걸고 지중해 난민 밀입국 폐쇄, 난민 복지 축소 등을 주장했다.

쿠르츠 총리는 중도 우파 정당인 국민당 입장에서는 파격적이었던 이 정책을 통해 우파 지지자들을 결집했고 불과 5개월 만에 당을 일으켜 세웠다.

이런 추진력과 강력한 리더십으로 그는 독일어로 능력자를 의미하는 ‘분더부치(Wunderwuzzi)’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총리로 취임할 당시 그는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오스트리아 극우 정치인 외르크 하이더 이후 가장 대중적인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민당과 자유당 연립 정부는 극우 정치인들의 잇따른 스캔들에 흔들리다가 자유당 소속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의 부패 스캔들로 결정타를 맞고 해산했다.

쿠르츠 총리는 이후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승리하고 녹색당과 손을 잡으면서 2020년 만 33세의 나이로 다시 한번 총리에 올라 ‘선거의 귀재’라는 명성을 입증했다.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연립 정부 인사의 부패 스캔들에 시달렸던 그는 자신 역시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며 두 번째 임기를 2년도 채우지 못한 채 낙마하게 됐다.

쿠르츠 총리는 사임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후임으로 알렉산더 샬렌베르크 외무장관을 거론했다.

그러나 쿠르츠의 최측근인 그가 총리에 취임할 경우 쿠르츠가 여전히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불름버그 통신은 전했다.

오스트리아의 정치 분석가인 토마스 호퍼는 “(쿠르츠 총리의 사임 발표는) 겉으로는 한 발 물러선 것이지만, 샬렌베르크는 그와 매우 가까운 동맹”이라고 말했다.

샬렌베르크 장관을 후임 총리로 받아들일지는 야당과 함께 총리 교체를 요구한 녹색당의 손에 달려있다.

앞서 국민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한 녹색당 소속 베르너 코글러 부총리는 지난 8일 쿠르츠 총리를 대신할 흠결 없는 인물을 후임자로 지명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gre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