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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평화상에 독재에 저항한 필리핀·러시아 언론인…“표현의 자유 수호”(종합)
‘래플러’ 설립한 ‘두테르테 저격수’ 언론인 마리아 레사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가제타 설립 드미트리 무라토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필리핀 언론인 마리에 레사. [AP]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 [AF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올해의 노벨평화상에 필리핀과 러시아의 언론인이 각각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민주주의와 지속되는 평화를 위한 전제 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해 마리아 레사와 드미트리 무라토프를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노벨상 6개 부문 중 5개(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경제학)는 모두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에서 주관한다.

그러나 노벨평화상은 노르웨이 국회가 선정한 5인 위원회에서 심사한다. 시상식 열시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 시청사 1층 로비에서 열린다.

노벨위는 "레사와 무라토프는 필리핀과 러시아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용감한 싸움을 벌였다"며 "이들은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점점 더 불리한 조건에 직면하고 있는 세상에서 이러한 이상을 옹호하는 모든 언론인을 대표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AP 등에 따르면 언론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독일이 1차 세계대전 뒤 비밀리에 재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독일 카를 폰 오시에츠키의 1935년 수상 이후 처음이다.

레사는 필리핀에서 증가하는 권위주의와 폭력의 사용, 권력 남용을 폭로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활용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CNN 아시아 기자로 일했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눈엣가시'로 꼽히는 온라인 탐사보도 매체 '래플러'(Rappler)의 공동설립자다.

그는 두테르테 정부의 인권 탄압과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다뤄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8 올해의 인물'로 뽑혔고, 세계신문협회가 시상하는 제70회 '황금펜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올해 4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언론자유상을 받았다. 필리핀 태생으로 미 프린스턴대를 졸업했다.

레사는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이 전 세계적 논란을 일으킨 '마약과의 전쟁'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대대적인 마약소탕 작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6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이 사안을 조사하고 있다.

1961년생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1993년 독립 언론인 '노바야가제타'를 설립했다.

이 매체는 팩트에 근거한 저널리즘과 기자 정신을 바탕으로 검열사회로 비판받는 러시아에서 중요한 정보 제공처로 주목 받았다.

이 신문이 창간한 이래 기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무라토프에 대해 노벨위는 "러시아에서 수십년에 걸쳐 점점 더 험난해지는 환경에서 언론의 자유를 수호해 왔다"고 평했다.

무라토프는 편집장을 맡아 보도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기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노력해 왔다.

노벨위는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사실에 기반을 둔 저널리즘은 권력남용과 거짓, 전쟁 선전에 맞서는 역할을 한다"며 "노벨위는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가 대중의 알 권리를 확보하며, 이는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이고 전쟁과 분쟁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노벨평화상은 1901년 시작돼 올해 102번째로 수여된다.

올해까지 단독 수상은 69차례였으며 두 명 공동 수상은 31차례, 3명 공동 수상은 2차례였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1000만크로나(약 13억5000만원)가 지급된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지난 4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까지 발표됐고 11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공개되면서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마무리된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노벨 평화상 후보에는 개인 234명, 단체 95곳 등 329 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이는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수로, 후보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6년(376 후보)이었다.

노벨상 후보 명단은 최소 50년간 비밀에 부쳐지지만 후보자 추천에 참여한 인사들을 통해 상당수 미리 공개된다.

올해는 코로나19 대응에 앞장선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지난해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불거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운동이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출신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러시아 야권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등도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12월 10일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에 맞춰 노르웨이 오슬로대 강당에서 열린다. 날짜와 장소는 평소와 같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지난해에 이어 규모는 예년보다 축소될 예정이다.

AP와 로이터통신은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유럽과 미국의 산불을 비롯해 이상 기후로 인한 재해가 속출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하면서 환경 운동이나 보건 관련 단체나 인물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스웨덴 청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9)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력한 평화상 수상 후보로 꼽혔다.

작년과 올해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의 팬데믹을 막기 위해 분투 중인 세계보건기구(WHO)와 글로벌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COVAX)도 빼놓을 수 없는 평화상 후보다.

WHO는 팬데믹 대처의 최전선에서 전 세계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유력한 후보군에 포함됐다.

벨라루스에서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해 대선 불복 시위를 주도했던 야권 여성 지도자인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 베로니카 체프칼로, 마리야 콜레스니코바 등 3명은 비폭력 저항으로 평화상 후보의 자격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8월 독약에 중독돼 독일에서 치료받고, 올해 1월 귀국한 직후 현장에서 체포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도 수상 가능성 있는 후보로 꼽혔다.

그밖에 마르코 루비오(공화) 상원의원 등 미국 의원 9명이 후보로 추천한 '홍콩 민주화 운동'도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국경없는기자회(RSF), 언론인보호위원회(CPJ) 등의 단체도 후보 명단에 올랐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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