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문, 다라는 임나일본부설 기반 된 내용
“문화재청 주장 역시 역사기록상 다르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문화재청이 올해 1월 가야고분군 세계유산등재를 신청하면서 합천 옥전고분을 ‘다라국의 대표 고분군’으로,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고분은 ‘기문국의 대표 고분군’으로 ‘일본서기’ 기재 표현, 즉 임나일본부의 근거 명칭을 기재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정 의원(경기 파주시을)은 5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수정을 요구했다.
여전히 한국 역사문화계에는 친일식민·친명사대 사관 학자들이 적지 않고, 새로운 발견이 되어도 강단 사학자들의 방해 속에 자주적 교과서 개정은 더디기만 하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숱한 역사왜곡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일본서기’는 이들 식민사관 세력들이 신봉하는 교과서 중 하나이다. 이병도 등은 대놓고 상고~조선시대 역사를 왜곡시키고 사서 짜맞추기 등을 감행한 바 있다. 이들의 직계 후배들은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는데 앞장서기도 했으며, 최근까지도 서울대 등 요직을 차지하기도 했다.
수려한 가야의 금속공예 기술이 돋보이는 합천 옥전 M3호분 출토 고리자루 일괄 |
가야고분군은 세계유산센터 심사와 내년 6월에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의 등재 결정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다라’와 ‘기문’이라는 표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 지명이 임나일본부설 주장의 근거가 되는 《일본서기》에서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의 한국침략과 지배를 역사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식민사관이다.
일본서기에서 주장하는 임나가 가야로 비정하고, 기문과 다라를 남원과 합천으로 명명해 버릴 경우 4-6세기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해서 지배했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하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남원 유곡리 가야고분 전경. |
문화재청은 다라국, 기문국 등의 국명은 중국 외교문서인 ‘양직공도’에도 기록되어있고, 현재 고대사학계 다수의 견해를 수용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문화재청이 주장하는 양직공도에서는 기문이 아니라 사문이며, 이는 삼국사기에도 사문으로 표시되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고 재반박했다.
박 의원은 “가야사 복원에 임나일본부설의 근거가 되는 표기를 사용하는 것은 사업을 역행하는 것이며 이를 세계유산에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이다”고 지적한 뒤 “역사 바로 세우기가 역사왜곡의 빌미를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기문과 다라 표기를 쓰는 것을 재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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