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아파트 등 재건축 기대감…10억원대 급등
국회 전면이전 아닌 분원설치라는 한계 지적도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1975년 여의도에 자리잡은 국회의사당이 세종시로 부분 이전하기로 하면서 35년 넘게 고도제한에 걸려있던 서여의도에 개발 기대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국회의사당과 여의도공원 사이에 있는 서여의도 지역은 ‘의사당의 존엄성과 안보’를 이유로 1976년부터 높이 54m의 고도제한이 걸려있다. 맞은편 동여의도에는 63빌딩을 시작으로 이보다 더 높은 초고층 빌딩이 즐비하지만, 서여의도에는 13층 높이의 중소규모 건물들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유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바라본 여의도 일대. 낮은 건물이 모여있는 국회 맞은편 서여의도와 멀리 높은 건물이 모인 동여의도 모습 [헤럴드경제DB] |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의사당 세종 분원 설치 소식이 알려지면서 초원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초원아파트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옆에 위치한, 서여의도에서도 몇 안되는 아파트 단지임에도, 고도제한에 걸려 사실상 재건축이 불가능했던 곳이다.
실제 초원아파트는 2016년만에도 비슷한 시기 만들어진 여의도 다른 아파트보다 저렴한 4억원 초반에 거래가 됐지만, 국회의 세종시 이전 논의가 본격화된 2019년부터 10억원대로 가격이 급등했다. 재건축에 대한 주민 동의율도 2년 전 이미 75%를 넘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도시계획 상 서여의도의 용적률이 800%인 점에 주목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가 세종으로 완전 이전한다면 고도제한에 사용 못했던 용적률 800%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증권사 본사 등이 위치한 반대편 동여의도 상업지구 용적률이 1200%대 임을 감안하면, 70층 높이의 빌딩이 중심이된 서여의도 개발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여의도를 지역구로 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9일, 국회 세종 분원 설치 확정과 함께 서여의도 개발을 들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여의도는 이제 친환경, 스마트, 초고층 주거지역으로 신속히 재건축해야 한다”며 “그간 국회로 인해 서여의도 지역에 부과되었던 54m 고도제한은, 국회 이전에 맞춰 단계적으로 정상화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강변 고도제한 완화 등 본격적인 재건축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동여의도 지역과 형평성 차원에서도 서여의도의 고층 개발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서여의도 규제 완화 및 개발까지는 상당기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2030서울생활권계획’ 및 오세훈 시장이 최근 발표한 ‘서울비전 2030’에서도 서여의도 지역은 지금과 같은 고도제한이 걸린 저층 상업지역으로 남아있다.
여기에 이번 국회의 결정이 세종시로 완전 이전이 아닌, 주요 핵심 기능의 부분 이전이라는 것도 걸림돌이다. 현 국회의사당과 부속 시설들이 그대로 존재한다면 서여의도 개발의 핵심인 54m 고도제한을 완화할 이유 또한 희박하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개발 논의나 행정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며 “앞서 정치권에서 국회 이전을 놓고 이런저런 개발 방향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지만, 이후 진척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