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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마불사’의 전설은 끝났다…헝다, 첫 고비 넘어도 ‘산 넘어 산’ [中 헝다그룹 사태 파장]
355조원 천문학적 부채, 이자 지급계획 난망
회사 측 “425억 위안화 채권이자 23일 지급”
같은 날 만기 달러화 채권 933억원 언급 없어
글로벌 금융계 ‘디폴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S&P “헝다 사태, 中 정부 제어 가능” 분석도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을 둘러싼 파산설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급 마감 시한이 임박한 일부 채권에 대한 이자를 제때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일부 대출 이자에 대한 지급 기일을 맞추지 못했다는 소식과 함께 속속 다가올 천문학적 규모의 이자액에 대한 구체적인 지급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그동안 누적된 부동산시장 리스크를 정리하기 위해 헝다그룹에 대한 ‘대마불사(大馬不死·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며 불확실성 역시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23일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헝다는 전날 성명을 통해 이날 만기가 도래하는 위안화 채권(40억위안)에 대한 이자를 제때 지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자 규모는 약 425억원이다.

하지만 같은 날 내야 하는 달러화 채권 이자 약 993억원에 대한 지급 여부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금융계에선 헝다 측의 이번 조치가 달러화 채권 계약서상 예정된 날로부터 30일 이내까지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도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로 간주하지 않는 사실을 활용해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것으로 평가했다.

쉬자인(許家印) 헝다그룹 회장은 “주택 구매자, 투자자, 파트너, 금융기관 등에 책임 있는 답안지를 제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헝다그룹이 디폴트를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헝다가 적어도 2곳의 은행에 20일까지 지급했어야 할 대출 이자를 갚지 못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헝다는 이미 협력 업체 여러 곳에 지불해야 할 공사 대금을 제때 주지 못하는 등 유동성 위기까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슈누 바라탄 미즈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실상 헝다는 이미 기술적 디폴트 상태”라고 지적했다.

헝다그룹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약 2960억달러(약 351조원)였지만 지금은 3000억달러(약 355조원)까지 늘어난 상태다. 부채 규모만 놓고 볼 때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2008년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헝다가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내 부동산 업황의 둔화가 ‘헝다 사태’의 본질인 만큼 헝다의 파산이 부채에 의존해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해온 다른 부동산개발사와 중국 대형 국유은행 등에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중국 정부가 직접 부동산개발업체들의 부채 감축을 추진한 것이 헝다발(發) 위기로 촉발된 만큼 이번 사태의 여파가 제어 가능한 수준에 머물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중국 당국은 중국 금융시장이 큰 혼란 없이 헝다그룹 부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내부 결론을 내놓은 상태”라며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 회생을 위해 직접 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파급력을 줄이기 위해 헝다가 자산을 매각할 시간을 벌어주는 등 일명 ‘질서 있는 디폴트’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 환추스바오(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도 최근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기업은 반드시 시장 방식의 자구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당국의 직접 지원이 없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중국 부동산 업계에서 디폴트 사례가 속출할 가능성이 큰 데다 중국 금융사가 헝다와의 채무를 담보로 유동화 증권 등 상품 판매를 확대한 사실이 있다면 사태가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현재는 헝다가 진행 중이던 각종 프로젝트가 파산 이후에도 제3자가 인수받는 방식으로 연속성이 보장될 수 있는 데다 중국 정부가 사태 정리에 개입할 유인이 큰 만큼 ‘리먼브러더스 사태’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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