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의 호주에 대한 핵잠수함 보유 지원 발표에 반발해 소환한 미국 주재 프랑스 대사를 다시 미국으로 복귀시키기로 했다.

또 미국과 프랑스 정상회담도 다음달 개최하기로 했다.

미국·영국·호주가 3국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전격 출범하면서 불거진 미국과 프랑스의 불협화음이 양국 정상의 등판으로 해소될 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한 뒤 공동성명을 배포하고 소환된 주미 프랑스 대사를 복귀시키고 다음달 말 양국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5일 오커스 출범 발표와 동시에 핵 추진 잠수함 논란이 양국 갈등으로 번진 지 일주일 만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양국 정상이 전화 통화를 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한 사실 자체만으로 긴장이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의미 부여했다.

두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오커스 발표의 영향을 논의하고자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통화가 이뤄졌다면서 “두 정상은 프랑스와 유럽 파트너국과의 전략적 관심사에 대해 공개적인 동맹 간 협의가 있었더라면 유용했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는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성명은 “두 정상은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공동 목표를 향한 구체적 조치를 제안하기 위해 향후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다음달 말 유럽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전했다.

회담의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10월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중 양자 회담을 따로 가질 가능성이 크다.

또 성명은 마크롱 대통령이 주미 프랑스 대사의 미국 복귀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앞서 오커스 출범과 함께 미국과 영국이 호주의 핵 추진 잠수함 보유를 지원키로 하면서 호주가 2016년 프랑스 방위산업체 나발 그룹과 체결한 660억달러(약 77조원) 규모 디젤 잠수함 계약을 파기했다.

프랑스 당국자들은 오커스 3국이 사전에 프랑스에 귀띔조차 하지 않은 사실에 분개하며 주미 및 주호주 프랑스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프랑스가 핵심 동맹이자 오랜 우방인 미국과 호주에서 대사를 소환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장관은 오커스 발표 직후 “뒤통수를 맞았다”면서 “신뢰 관계를 구축한 호주에 배신당했다. 동맹국 간에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맹비난했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도 “국제관계 측면에서 이번 일은 심각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