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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대공감, 평범한것의 위대함, 커진 심미안…조선힙합의 추석메시지
순천 아낙의 새벽 하품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어느 시골 아낙의 새벽 하품, 어민들의 경운기 시동 거는 소리, 힙합과 강강술래의 낯선 만남에 지구촌이 열광한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지구촌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공개된 지 열흘 남짓 지난 15일 현재 약 6000만뷰를 기록중이다.

홍보 영상이라고는 하지만, 국내 그 많은 절경이나 멋드러진 모습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황토색 갯벌 바지락 작업장(머드맥스), 호미로 아낙네들이 일하는 밭(새타령), 강변 습지(뱃노래), 외국에 비해 작기 만한 파도 위 서핑 풍경(늴리리야), 공구상가-약재상가(쾌지나칭칭나네), 지하철(사랑가), 서민들이 쓰던 옛 물건 파는 시장(아리랑)을 배경으로 했다. 비교적 좀 괜찮다 싶은 곳의 화면을 쓴 영상은 ‘강강술래’ 정도다.

첨성대에서 강강술래하는 장면

조회수라는 것이 몇 일 지나 시들해 지는데, 이 조선 힙합 시리즈의 인기는 시간이 지나도 식을 줄 모른다.

가장 큰 비결은 K힙합이 우리 전통 국악과도 매우 잘 어울리고, 한국적 정서를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심미안을 틔워준 기획력도 탁월했다. ‘범내려온다’ 열풍을 몰고온 시즌1의 인기가 신기함,기발함에서 출발했다면, 이번 시즌2는 평범함 속에서 매력을 끌어내고, 그 평범함에 끊임없이 빠져들게 하는 재주를 부린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기호’를 찾아내는 일 또한 흥미롭다. 각각 1분30초짜리 영상인데, 그 속엔 깨알 매력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양파껍질 벗기듯 확인하는 재미다.

생선들이 매달려 있는 서산 어촌 집벽에서 한 갈퀴머리 아저씨가 비장하게 집어든 둔기는 할리데이비슨, 람보르기니 보다 역동적이라는 호평 댓글이 쏟아진 갯벌경운기의 발동기였다.

서산의 순박한 아저씨는 키맨 모자를 썼다.

경운기 앞에 달린 바지락 도깨비는 사막전투 영화 ‘매드맥스’의 해골표식을 닮았다. 어민들이 갯벌을 무대로 강인하게, 한편으론 도깨비 놀듯 즐겁게 살아왔음을 시위한다. ‘키맨(key man)’이 적힌 모자 쓴 아저씨의 영상이 1초 사이에 휙 지나간다.

“경운기 한 대쯤 끌어야 힙해지는 시대가 온것인가”라는 댓글에서 평범한 것의 위대함을 새삼 확인한다.

순천 한 농촌의 할머니 100회 생신을 주제로 한 ‘새타령’ 화면엔 없어도 될 소품 호미와 진돗개가 몇 번 등장한다. 최근 미주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히트상품들이다. 아끼던 인삼주를 겨드랑이에 끼고 들어와 백세 할머니께 선물하는 아저씨의 미소가 세계적인 순천만 낙조 풍광 만큼이나 아름답다.

‘쾌지나칭칭나네’에는 힙합 아티스트 여러 명이 대구 약령시장 도로를 춤추며 횡단하는 모습 보인다. 누가 봐도 도로 횡단하던 ‘비틀즈’를 떠올렸을 것이다. 약령시장 도로는 런던 애비로드급으로 격상된다.

대구 약령시장

‘사랑가’에선 갓쓴 정장 차림의 힙합아티스트가 지하철 여행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흡사 시즌1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리더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앰비규어스는 세계적인 가수 콜드플레이의 콜라보 삼고초려를 받을 만큼 유명해졌다. 시즌2가 시즌1의 창의성을 계승했음을 알리는 기호로 읽힌다.

이번 시즌2의 매력과 이 영상에 던지 메시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어르신들의 아름다운 일상에 젊은이들이 박수를 보내고, 젊은이들의 K힙합 스타일에 기성세대가 어깨춤을 추는, 세대 장벽을 줄인 점, 진정성과 솔직함이 가장 강한 무기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점, 옛것과 지금의 K팝은 멋지게 상통한다는 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이게 뭐라고 울컥하냐”는 반응에서 보듯, 이번 영상은 추석 명절 대가족 분위기 마저 더욱 따뜻하게 만들 것 같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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