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노무현 역시 “조선ㆍ동아 손 때라”
‘호남 텃밭’ 앞두고 경선버스 하차한 정세균
2002년 김근태도 호남 경선 앞두고 “포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사업' 의혹에 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지난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경선 과정을 재현하는 모양새다. 당시 여당 경선 과정에서 보수 언론을 향해 “경선에서 손 떼라”고 경고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의 입에서 다시 나왔고, 지지 기반인 호남 경선을 앞두고 중도 하차한 정세균 후보는 2002년 고(故)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과 같은 행보를 걷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14일 오후 국회에서 이른바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과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에서 손을 떼라”고 강조했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측근을 개발사에 앉히는 등의 특혜를 받았다는 식의 의혹 제기에 대해 정면 반박한 그는 “대선후보자인 저에 대한 견강부회식 마타도어 보도는 공직선거법이 정한 후보자비방에 해당하고 선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언론의 선거중립의무를 상기하고 경선과 대선개입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했다.
특히 자녀가 개발 관련 회사에 취직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제 아들이 해당 특수목적법인 관련 기업에 취업했다거나, 경기주택도시공사 임원이 개발회사 임원이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카더라’를 남발하거나 빈약한 근거로 견강부회식의 의혹 확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특정 언론을 언급하며 의혹에 정면 반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치권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특히 지난 2002년 조선일보를 직접 언급하며 “경선에서 손을 떼라”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고 주장하며 “사리에 맞지 않는 사실을 근거로 매우 과장된 보도를 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는 언론의 정당한 길이 아니다”고 직접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확히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을 보면, 이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노 전 대통령과 이 후보 모두 직설적 화법을 쓰는 탓에 더 유사해 보이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뒤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앞서 경선 중도 포기를 선언한 정 후보 역시 지난 2002년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김 전 고문을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김 전 고문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1.5%라는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자 텃밭이었던 호남 지역 경선을 앞두고 중도 포기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김 전 고문의 중도 포기 소식에 상대 후보들은 경선 판도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신경전을 펼쳤다. 경선 상대였던 노무현 후보는 “김 고문의 희생적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고, 이인제 후보는 “김 의원과 함께 정권 재창출과 개혁을 이끌겠다”고 했다. 정 후보의 사퇴를 두고 상대 후보들이 “정 후보의 개혁 의지를 잇겠다”고 연이어 논평을 낸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결국 2002년 당시 경선에서는 본선 상대인 이회창 후보와의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유일하게 승리하며 본선 경쟁력을 강조했던 노무현 후보가 경선에서 압승했다. 유력한 경선 상대였던 이인제 후보는 텃밭인 충청 지역에서 승리했지만, 다른 지역에서 모두 패배하며 결국 도중 하차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후보의 지지율이 4% 안팎으로, 지지율을 통해 남은 경선에 큰 영향을 끼치긴 어려워 보인다”라며 “다만,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남은 경선 과정에서 ‘본선 경쟁력’이나 ‘역전 가능성’이 당원이나 지지자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있다.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osy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