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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D투자로 일군 ‘황금밭’...K-혁신신약 ‘인큐베이터’ 급성장
파이프라인 1477개...3년새 158% ↑
매출액 대비 10% 이상 연구개발 투자
제약사-벤처-외국사, 개방형 혁신 활발
블록버스터 신약 창출 제약강국 ‘성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공격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신약 파이프라인이 3년 만에 1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서로 ‘라이선스 인(기술도입)’과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을 활발히 진행하며 혁신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복제약(제네릭) 생산에만 치중하며 신약 개발의 변방에 머물던 한국이 머지않아 혁신 신약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1477개 파이프라인 보유...3년 만에 157% ↑=한국제약바이오협회(회장 원희목)는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과 라이선스 이전 사례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29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 193개사에서 총 1477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신약 파이프라인 규모는 협회가 지난 2018년 실시했던 조사 결과(100개사 573개)보다 157.8% 증가한 것이다.

파악된 파이프라인을 유형별로 보면 합성신약 비중이 599개(40.6%)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바이오신약 540개(36.6%), 기타 338개(22.9%) 순이었다. 특히 바이오신약 중에는 항체의약품 166개, 단백질의약품 75개, 백신 68개, 펩타이드 36개, 기타 생물학적제제 31개를 차지했다. 2018년에는 합성신약 225개, 바이오신약 260개, 천연물 등 기타신약은 88개였다.

임상단계별로는 선도·후보물질이 403건(27.3%), 비임상이 397건(26.9%), 임상 1상이 266건(18.0%), 임상 2상이 169건(11.4%), 임상 3상이 116건(7.9%)으로 조사됐다.

협회는 “후보물질, 비임상, 임상 1·2·3상 등 각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 모두 2018년 조사 보다 2배 이상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 가운데 임상 3상의 증가세(274.2%)가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질환별로는 항암제가 317개(21.5%)로 개발이 가장 활발했다. 이어서 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이 173개(11.7%), 신경계통이 146개(9.9%), 감염성질환이 112개(7.6%), 소화계통이 79개(5.3%)로 뒤를 이었다. 개발이 가장 활발한 항암제 중에서는 비교적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은 임상 2·3상 단계의 항암제는 35개로 조사됐다.

2018년과 이번 조사에서 동일한 모집단으로 잡힌 68개 기업에서도 이 같은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68개 기업의 파이프라인은 442개에서 710개로 60.6% 증가했고 후보물질, 비임상, 임상 1,2,3상에 단계에 진입한 파이프라인 수 모두 2018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연구성과를 보였다.

한편 이런 연구개발은 상장 제약기업뿐만 아니라 바이오벤처 등 산업계 전반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매출 1000억원 기준으로 구분한 대·중견기업(55개사)과 중소·벤처사(138개사)의 파이프라인은 각각 641개(43.4%), 836개(56.6%)로 오히려 중소벤처의 파이프라인 개수가 더 많았다.

협회는 “이는 2018년에 후보물질 또는 비임상단계에 있던 물질들이 임상단계로 전환되고 임상 1상 혹은 2상의 물질들이 임상 3상 단계에 진입, 개발 성공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 10% 넘어...영업이익 대부분 투자=3년 만에 이런 성과가 가능했던 건 그동안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는 지난 2016년 1조 7982억원에서 2020년 2조 1592억원으로 5년간 연평균 4.7%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2016년 8.9%에서 2020년 10.7%로 상승했다.

실제 상반기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매출액 대비 21%에 해당하는 202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대웅제약도 매출의 17.6%인 906억원을, 한미약품 13.2%(728억원), 종근당 12.2%(780억원), GC녹십자 10.1%(675억원)을 각각 연구개발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 계산으로 보면 영업이익(평균 7.34%)의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확신을 가지고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선진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매출 대비 10% 이상을 과감히 투자하는 기업들이 조금씩 성과를 내면서 업계에서도 이런 영향을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선스 이전 1분기에만 85건...선진국형 모델로 변환 중=이렇게 전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활발하게 연구개발이 이루어진 덕분에 제약기업과 바이오벤처, 외국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도 활발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라이선스 이전은 2019년 36건에서 2020년 105건에 이어 올 해 1분기에만 85건으로 파악되며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질별로는 바이오신약이 58건(45.7%)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단계별로는 비임상이 5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임상 1상(18건), 임상 2상(10건), 임상 3상(6건), 허가(2건) 순이다. 기업규모별로는 중소·벤처사의 라이선스 이전 건수가 250건으로, 대·중견기업(81건) 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이번 조사결과와 관련해 협회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가 선진국형 연구개발 모델로 변모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협회 관계자는 “1500개에 육박하는 신약 파이프라인과 기업 간 개방형 혁신의 활성화 등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특히 이 같은 성과는 기업들의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연구개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목 협회장은 “한 두 기업의 성공을 뛰어넘어 크고 작은 다양한 기업들로 이뤄진 산업군 전반의 인프라와 R&D 역량이 강화될 때 글로벌 제약강국이 될수 있다”며 “국산 신약 개발 촉진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 오픈이노베이션 환경을 구축하고 나아가 임상 3상까지 완주해 블록버스터 신약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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