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간호사, 통역 등 신원 확인, 또 확인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국내 이송을 위해 카불 공항에 도착한 한국 공군 수송기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지원한 한국 정부의 현지 활동을 도왔던 아프간인 391명이 25일 오후 6시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들은 이날 저녁 한국으로 출발하게 된다.
외교부는 이날 아프간을 떠나온 365명과 전날 먼저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26명까지 총 391명이 안전지대로 빠져나왔다고 25일 밝혔다. 이들은 총 76가구로,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현지인과 배우자, 직계 비·존속 등이다. 이 중에는 태어난지 1달 안된 신생아 3명까지 포함돼있다.
이들은 짧게는 1~3년, 길게는 8년까지 현지에서 한국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한국 정부는 2001년 비전투부대를 파병하는 것으로 아프간에 개입, 2007년 12월 군부대는 철수했지만 정부는 최근 정권이 탈레반에 넘어가기 전까지 아프간 재건을 지원해왔다.
그 과정에서 현지인을 다수 고용하며 활동했는데 대부분이 의사와 간호사, IT 전문가, 통역, 강사 등 전문인력들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현지 병원과 직업훈련원을 운영했다.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25일 브리핑에서 “이들은 수년간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KOICA(한국국제협력단),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에서 근무했다”며 “난민이 아니라 특별공로자”라고 전했다. 그만큼 현지에서 이들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됐다는 의미다.
탈레반은 정원을 장악하면서 지난 17일 기존 아프간 정부 및 외국 정부와 협력한 이들에 대한 사면령을 발표했지만, 절대 믿을 수 없다는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미 미군에 통역을 해왔던 이들 등 조력자들이 탈레반에 의해 처형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공덕수 전 바그람 직원훈련원 원장은 “바그람 미군기지에 있던 한국병원과 직업훈련원 건물이 탈레반에 의해 폭파됐다”며 “탈레반 통치하에 병원과 직업훈련원 조력자를 그대로 두면 탈레반에 의해 처형된다는 것은 거의 확실시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현지 한국 협력자)을 구출하는 것은 인도주의 측면뿐 아니라 ‘한국은 결코 친구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와 국민의 신의와 의지를 국제사회에 다시 인식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했다.
이들이 아프간에서 무사히 빠져나오는 일은 국방부가 ‘미라클’이라는 작전명으로 진행했다. 이달 초 한국 정부가 이미 아프간 사태를 예견하고 현지 조력자들을 제3국 민항기로 이송할 계획을 짰으나, 탈레반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격하면서 정부는 군 수송기 급파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이들을 카불 공항까지 안전하게 이송해오는 것. 카불 곳곳에서 탈레반이 검열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에 공항까지 오는 일이 최대 난제였다.
지난 18일부터 이어져온 20개국 차관회의에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버스로 이송하는 안을 제안했고, 한국 정부는 23일 하루만에 아프간 버스 회사와 협력해 조력자들을 태울 버스를 구했다. 2군데 집결지까지 아프간 조력자들을 태워왔고, 이들을 무사히 군 수송기로 옮겨왔다.
정부는 테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우방국으로부터 이들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확인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 1차장은 이들에 대해 “우리 대사관에서 함께 일한 현지 엘리트들과 가족”이라며 “철저히 신원을 확인했기 때문에 탈레반 등이 포함될 염려는 없다”고 전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서로 아는 사람들이고 아프간에서 일한 짧게는 1∼2년, 심지어 8년 동안 아무 문제 없었다면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