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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작정 카불 방문한 미 정치인 2명에 대혼란…‘정치인 어디든 똑같네’
물튼·마이어 의원, 전세기로 도착해 수시간 머물다 출국
미 공군이 24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에서 대피에 나선 사람들을 수송기에 태우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아프간인 수만명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치하를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카불 공항으로 몰려드는 가운데 미국 정치인 2명이 사전 조율 없이 카불 공항을 방문해 대혼란이 벌어졌다.

24일(현지시간) AP에 따르면 민주당 세스 물튼·공화당 피터 마이어 하원의원이 전세기를 이용해 카불 공항에 도착해 몇 시간 동안 머물렀다.

두 의원은 다른 전세기를 타고 카불 공항을 빠져나가 대피를 기다리는 미국인이나 아프간인을 태우지 못했다고 한다.

카불 공항에서는 대피 인원을 태우기 위해 하루 수십여 항공편이 뜨고 내린다. 이 와중에 미 정치인들의 예고 없는 방문으로 공항 운영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미 국무부와 미군은 이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별도 인력을 배치하고 정보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생사가 걸린 임무 수행에도 혼란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외교 공관이나 아프간 탈출을 지휘하는 군부와 사전 조율 없이 공항을 방문한 것에 대해 백악관 관계자들도 격분했다.

미군은 두 의원을 태운 전세기가 카불을 향해 이륙하고 나서야 이들이 탑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미 당국자는 “이들의 카불 공항 방문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며 “수천명의 미국인과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분초를 다투는 마당에 엉뚱한 데에 전력을 낭비하게 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카불 공항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자살폭탄 테러 위험을 포함해 안보 위험이 있다고 지속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아프간에 미국 의원들이 방문한 전례가 있지만, 사전 조율을 거쳐 안전을 확보한 후 이뤄졌다.

카불 공항을 조율 없이 방문해 혼란을 초래한 미 민주당 세스 물튼 하원의원. [AP]

카불 공항을 조율 없이 방문해 혼란을 초래한 공화당 피터 마이어 하원의원. [AP]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군 시한을 연장하지 않고 애초 계획된 대로 오는 31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종료 시한까지 일주일이 남은 시점에서 미군 당국은 이번 주말까지 최대 10만명을 추가로 대피시킬 계획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군이 지난 며칠 간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주말까지 약 10만명을 대피시킬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재차 하루 2만 명씩 대피시킬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분명히 그럴 계획”이라며 날씨 등 많은 요인이 있지만, 최대한 공격적으로 그 속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인원을 대피시키기 위해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 정치인 2명이 생각 없이 방문한 뒤 단지 몇 시간을 보내고 돌아간 것이다.

미군과 연합군은 탈레반의 카불 장악 직전인 14일부터 지금까지 5만8700명을 대피시켰다. 지난달 말 기준 대피 인원은 6만3900명이다.

초기에 지지부진했던 대피 작전은 22일부터 하루 최대 9000명이라는 목표치를 웃돌면서 가속이 붙기 시작해 직전 24시간 동안에는 2만1600명이 아프간을 탈출했다.

커비 대변인은 지금까지 4000여명의 미국 국적자가 아프간을 탈출했다고 밝혔다. 아프간에서 대피해야 할 미국인 수는 1만∼1만5000명선으로 알려졌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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