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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언론중재법 독소조항 논의는 ‘두 달’...‘편법·날치기’ 강행
징벌적 손배제 6월에서야 본격 논의
안건 조정위 등 통과 길목마다 독주
여야 협치 버리고 또 국회 무력화 비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언론독재법과 반민주 악법 끝장 투쟁 범국민 필리버스터’ 현장을 방문, 허성권(오른쪽) KBS노조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국회 처리 과정은 독주와 편법, 졸속으로 점철됐다. 야당 몫 상임위원장을 돌려주기 전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거대 의석의 힘으로 길목 길목마다 야당의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무력화했다.

특히 민주당은 “법안 발의 이후 1년 넘게 충분한 논의를 해왔다”는 주장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논란의 핵심인 독소조항들은 지난 6월 이후에야 본격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개혁이란 미명 하에 벌이는 거여(巨與)의 ‘입법 폭주’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회 회의록시스템의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회의 내용을 보면 지난 2월25일 법안심사소위원회 당시만 해도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이 징벌적 손배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병훈 의원은 “정청래 의원이 제안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라든가 정정보도 청구와 이를 준용하는 기한을 4배 연장 하는 문제는 지금 현재로서는 좀 수용 하기가 곤란한 것이 아니냐”고 했고, 유정주 의원도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 아닌지 확실히 규정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며 “이 문제는 보다 긴 시간을 두고 체계성을 더 갖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이날 회의는 대부분 정정·반론보도 게재 방식, 기사열람차단청구권, 언론중재위원 확대 등 논의로 이뤄졌다.

당시 거의 유일하게 징벌적 손배제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던 의원은 현재 이스타항공 비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다. 그는 당시 이스타항공 체불임금, 편법승계 논란으로 언론보도 중심에 있던 상황이다. 이후 지난 4월 짧은 전체회의를 끝으로 언론법과 관련된 논의는 2개월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상황은 지난 5월말 강성 개혁파인 김용민 최고위원이 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미디어특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 급변했다. 미디어특위는 6월17일 첫 보고회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송영길 대표도 “고의로 악의에 찬 허위사실을 보도한 경우에는 단순한 민법상의 상당 인과관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는 불충분하다”며 힘을 실어줬다.

이후 전문가 공청회가 있던 6월30일부터 논의가 급진전되기 시작한다.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징벌적 손배제 및 고의·중과실의 추정 요건, 손해배상액 산정 기준 등 쟁점 대다수가 국민의힘 의원들 없이 열린 지난달 6일 법안소위에서 논의됐다. 대부분 6월23일 김용민 최고위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담긴 내용들이다. 국내외 언론단체는 물론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국회가 제대로 논의하기 시작한 게 사실상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셈이다.

지난달 27일 문체위 법안소위와 이달 18일 안건조정위, 19일 전체회의 단독 통과는 물론 이날 새벽 법사위 처리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은 야당과 언론단체들로부터 기습상정과 꼼수, 날치기란 비판을 받았다. ‘친문(親文) 정당’을 자처하는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을 안건조정위 야당 몫 위원으로 배정해 국회선진화법 상 법안 숙고·여야 협의 취지를 무력화시킨 것은 민주당이 ‘묻지마 강행 처리’ 의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앞서 이날 새벽 4시께 민주당은 단독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일방적인 의사진행에 항의하며 의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야당은 언론중재법을 ‘언론 재갈법’으로 규정, 정권 퇴진운동까지 불사하며 총력저지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강행 처리 의사에 반발하며 본회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검토하고 있다.

배두헌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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