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사전경고 했지만
몰려드는 고객 거절 어려워
중단 외엔 규제준수 불가능
[헤럴드경제=김성훈·이승환 기자] 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속도위반’을 한 배경에 의문이 쏠리고 있다. 분명 내부적으로 대출현황을 살필 속도계가 있었을 것이고 금융당국이 매월 현황을 점검하는 ‘스피트 건’도 작동하고 있음에도 속도 조절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 지점망이 가장 많아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 까지 몰려드는 대출 수요를 ‘중단’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는 통제할 수 없었다는 게 농협은행 측 해명이다.
농협은행은 7월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7.1%로 금융당국 목표치(5~6%)를 초과해 대출 관리에 들어갔다. 다른 은행 ▷하나은행 4.4% ▷우리은행 2.9% ▷국민은행 2.6% ▷신한은행 2.2% 보다 크게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몇달전부터 여러차례 대출 증가속도가 빠르다고 농협 측에 경고했음에도 증가세가 지속됐다”며 “주택구입용 대출 등의 한시적 취급중단 조치 없이는 목표치 준수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몰려 이번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등 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대출 증가율이 높게 나왔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역 영업 비중이 높은 농협의 특성상 대출 관리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 시중은행의 점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과 달리 농협은행은 비수도권 소재 영업점 비중이 63%에 달한다. 농협이 대출을 안해주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융사가 아예 없는 곳도 많다.
농협 관계자는 “올해 대출 증가율의 40% 정도를 집단대출이 차지하고 있고, 비수도권 지역 점포의 집단대출도 많다”라며 “지역에서 농협은행만 점포가 있는 곳도 있는데 대출 손님을 무조건 안 받을수도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9일 발표한 은행권 지역재투자 평가 결과에서 농협은행은 1위를 차지했다. 지역재투자 평가는 지역에서 예금을 받은 은행들이 해당 지역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얼마만큼 투자했는지를 보는 것이다. 지역에 점포가 얼마나 많은지, 기업과 가계에 얼마나 대출을 해줬는지 등이 평가기준이다. 농협은행은 13개 광역지자체 중 7개 지역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아 다른 은행들을 제쳤다.
당국 역시 농협은행의 이러한 특성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단순히 대출증가율만으로 제동을 걸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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