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테이퍼링 조기 시행 가능성 무게
국내증시 부담, 외국인 매도연장 가능성
미국의 통화 긴축 우려에 전날 반등했던 코스피가 19일 장 초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진정됐던 외환시장도 재차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0원 오른 1,173.0원에 개장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 |
최근 국내 증시를 덮친 반도체 쇼크가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자마자 이번에는 미국의 긴축 정책이라는 또 다른 암초가 등장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안에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들어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내 증시가 재차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연준이 18일(현지시간) 공개한 7월 2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테이퍼링의 연내 조속한 시행 의견이 높게 나타나자 당장 미국 증시는 3대 지수가 모두 하락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테이퍼링의 시기에 촉각을 세우던 증권가에서도 이날 오전 보고서 등을 통해 조기 시행 가능성에 보다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음주 8월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을 통해 테이퍼링 신호(시그널)를 확인한 후 9월 FOMC에서 계획을 발표하고, 4분기 중 시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테이퍼링은 연말부터 실시될 전망”이라며 “테이퍼링 실시 전망 시점을 기존 2022년 상반기에서 2021년 12월로 변경한다”고 말했다. 최소 9월 회의에서는 테이퍼링 시기 및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가능성이 높고, 그 이전 8월 27~29일 예정돼 있는 잭슨홀 미팅에서도 추가 시그널이 나올 것이란 설명이다.
연준의 테이퍼링이 임박하면서 증시는 재차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테이퍼링은 그동안 견지해온 양적완화 기조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미국 증시 보다도 국내 증시가 포함된 신흥국 증시에 보다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당장 국내 증시는 19일 하락세로 출발한 상태다.
국내 증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자의 강한 매도세로 8거래일 연속 하락한 후 18일 반짝 상승한 상황에서 또 다른 암초를 만나게 됐다. 당장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원 이상을 순매도해온 외국인의 매도세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도 매도를 이어가며 8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이어갔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FOMC 의사록을 통해 9월 테이퍼링 발표를 시사한 점은 분명 부담이며, 이는 그동안 유동성에 의해 상승해왔던 자산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증시는 테이퍼링 이슈가 가시화된 여파로 외국인 수급에서 매도 우위 가능성이 높아져 부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7월 FOMC 의사록 공개 이후 연준의 테이퍼링 불확실성이 재차 부각된 영향으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2분기 실적 시즌이 종료됨에 따라 실적 모멘텀 소강 국면에 진입하면서 당분간 매크로 장세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예정된 미국 등 주요국 경제 지표, 연준 위원들의 발언 등 매크로 영향력이 높아질 수 있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8일 간신히 안정을 찾은 환율도 재차 불안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외국인의 매도 행렬에 원화는 장초부터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5.00원(0.43%) 오른 달러당 1173.00원을 기록했다. 최근 1개월간 원/달러 환율은 25.20원(2.20%) 상승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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