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崔, 대권 아닌 당권 노리나”
元 “이준석, 녹취록 잘못 인정”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당내 경선을 앞둔 국민의힘 곳곳에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대선주자들 간 저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야권 전체의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TBS 라디오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정조준해 “검찰 사무만 26년을 한 분이 갑자기 대통령을 하겠다고 한다”며 “다른 분야를 속성으로 배울 수 있을지(의문)”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 측이 당 경선준비위원회의 대선주자 토론회 계획에 반발한 일을 놓고도 “토론으로 지지율이 떨어질 것 같으면 사퇴를 해야 한다”며 “그런 걱정을 한다면, 국민 앞에서 ‘대통령으로 추대해달라’고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비꼬았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의 경험 부족을 거듭 언급하고 있다. 자신은 당 대표만 두 번을 한 5선의 노련한 장수지만, 검사 후배인 윤 전 총장은 검찰 사무 외에는 뚜렷이 경험한 일이 없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전날에도 윤 전 총장을 향해 “벼락치기 공부 과외로 대통령이 되겠느냐”며 “어이 없는 행태를 보인다”고 맹폭했다.
유승민 전 의원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경선 룰 가운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놓고 기싸움을 하고 있다. 최 전 원장 측이 최근 당내 경선 여론조사에서 이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자 유 전 의원 측은 “대권 말고 당권을 노리느냐”고 꼬집었다. 최 전 원장 측이 이에 “당 경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도움을 받아 지지도를 올리겠다는 게 상식적 주장인가. 유 전 의원은 민주당 후보인가”라고 반발하자 유 전 의원 측은 “최 전 원장이 애국가 4절을 다 부른다고 중도 표심을 잡을 수는 없다”고 맞받는 등 대치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준석 대표와 통화 녹음 파일을 놓고 진실 공방을 했다. 쟁점은 ‘저거 곧 정리된다’는 이 대표의 통화 발언 중 ‘저거’가 무엇을 지칭했는지였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의 갈등 상황이라고 밝혔지만, 원 전 지사는 정리 대상으로 윤 전 총장을 지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가 녹음 파일 원본을 공개하지 않은데 대해 “자신의 잘못을 사실상 인정했다”고 못 박기도 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러한 원 지사를 향해 이날 MBC 라디오에서 “자기 홍보를 위해 당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직격탄을 쐈다.
야권에선 난타전의 불씨를 당긴 주자들이 당내 저평가 우량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라는데 주목한다. 이달 말 ‘경선 버스’가 출발하기 전 각자 다른 공격 대상을 잡고 존재감 띄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 원 전 지사가 정통 보수 지지층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며 “세 사람 중 한 명이 지지율 두자릿수를 쥐는 순간 그를 중심으로 신진 대선주자에게 거부감을 갖는 ‘정통 당원’들이 결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거듭되는 저격전이 공멸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더는 다툴 필요없이 빨리 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켜 공정한 경선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7명은 전날 단체 성명서를 내고 “국민의 질책을 수없이 받고 있다. 대선을 포기하라는 말도 듣고 있다”며 “정권교체로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임을 잊지 말자”고 호소했다.
이원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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