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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민주당은 중도층 공략을 포기했나?

대통령제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는 대선이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의 투표율은 60% 선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수준인 반면 대선의 경우 대부분 70%를 훨씬 웃도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대선 투표율이 높다는 사실은 중도층 지지를 가져가는 쪽만이 승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치적 중도층이란 일반적으로 ‘스윙 보터’를 의미한다. 즉, 정치적 중도란 특정 정당이나 이념 혹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실용적 투표를 하는 계층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이념지향성을 보인다거나 특정 정치인을 미화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요즘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중도층을 포섭할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민주당 일부이기는 하지만 또다시 각종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은 이른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여당에 따르면, 언론 중재법을 개정해야만 ‘악의적 허위·조작 뉴스’를 없앨 수 있고 그로 인한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악의적 허위·조작 뉴스를 없애야 한다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점은 현재 법체계에서도 이를 처벌할 조항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또 이런 법 조항들을 정치인들이 ‘즐겨’ 이용하고 있음에도 왜 추가적인 징벌이 필요한가 하는 부분이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들이 나올 경우 정치인들은 해당 기사 내용을 일단 부인하고 그 이후 허위 사실 유포와 명예 훼손으로 기자나 언론인을 고소하는 것이 일종의 공식이 됐다. 요새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대법원 최종 판결로 유죄가 확정되면 법의 공정성 훼손을 주장하거나 진실은 법으로 가려질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도 이런 식의 대응이 가능한데 굳이 언론중재법을 개정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또 다른 문제점은 허위·조작 뉴스가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매체는 1인 미디어나 SNS 혹은 유튜브와 같은 신흥 미디어이지, 기존 제도권 미디어는 아니라는 점이다. 더구나 뉴미디어의 정보전달 속도는 기존 제도권 매체를 훨씬 능가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적용 대상에 1인 미디어나 SNS, 유튜브 등은 빠져 있다.

이 와중에 민주당 일각에서 사법개혁 관련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재판이 사법부 독립의 미명 아래 신성불가침 영역으로만 남을 수는 없다”면서 국민참여재판 확대, 재심제도 확대, 법 왜곡죄 신설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들 주장이 무조건 틀렸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법치주의의 근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인정해야 하고, 사법부의 권위를 존중해야 한다. 만일 사법부마저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면 사법부의 독립은 더욱 훼손될 것이 분명하고, 법치주의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번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여권발 사법개혁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는데 주요 여권 인사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오고 있는 요즈음에 사법개혁의 목소리를 높인다는 점도 일반 국민으로선 공감을 쉽게 되지 않는 이유다. 여당은 자신들만이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코로나19에 지치고 생계를 위협받는 대다수 국민은 여당의 주장을 이념적 경직성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중도층은 고사하고 적극 지지층 이외 국민의 호응을 얻기 힘들 것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실용적 주장은 덮이고, 이념적으로 경직된 목소리만 부각되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민주당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재집권 플랜을 가동시키고 있는지 궁금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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