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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월세신고제, 사려 깊은 제도가 되길 [헤럴드 광장]

전월세신고제가 지난 6월부터 시행됐다. 이제 2개월 정도 시행한 제도이니 그 효과나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제도가 가진 본질적인 목적에 비춰 잘 설계됐는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는 충분하다.

전월세신고제의 가장 큰 목적은 시장 투명성 확보라고 할 수 있다. 주택시장은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이 매우 큰 시장인데, 투명한 정보 제공은 시장을 보다 공정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임차인은 불리한 위치에서 계약에 임하는데, 실거래 정보 제공은 임차인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공정한 협상을 가능하게 한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에도 임대차계약의 내용을 공적기관에 신고하거나 등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싱가포르의 모든 공식 임대차계약서는 싱가포르 국세청(IRAS)에서 전자인증(e-stamp)을 받아야 효력이 생기므로 자동으로 신고가 된다. 영국이나 호주도 임대인이 계약 후 일정기간 내에 보증금을 지정기관에 예치하거나 보증금반환보험을 들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무거운 벌금을 물린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임대차시장에 대한 정보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제도가 잘 돼 있다.

뜻이 좋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바람직한 제도라 할 수 없다. 이미 우리는 선의로 만든 제도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곳곳에서 목도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월세 신고에 대해 과태료 계도기간을 주고 국민이 적응할 시간을 준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전히 조금 더 사려 깊은 운영이 필요하다.

우선 제도시행으로 공급이 감소할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 제도를 미세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고자료가 향후 ‘과세자료’로 활용될지 모른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 과세하든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영향을 받는데, 임차인이 훨씬 더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거주요건 강화나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의 시행으로 시장에 나오는 전월세주택이 감소한 상태에서 임차인은 선택의 폭이 줄었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명문화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주택임대소득 과세기준을 상향해 서민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상승시키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신고대상 확대도 급하게 추진해선 안 된다. 다른 제도와 달리 신고제가 큰 무리 없이 시행되고 있는 것은 1년여 동안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현재의 신고대상과 절차가 결정됐으니 현실성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1년간의 제도 운영결과만을 토대로 바로 대상을 확대한다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아직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으니 신고자료는 신고대상의 100%가 아닐 것이다. 내년 6월부터 과태료가 본격 부과되면 그동안 신고되지 않은 계약들이 신고될 것인데 그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한 후 신고대상 확대를 결정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임대차 거래의 신고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그러나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해서 반드시 국민을 위한 제도는 아니다. 핵심은 디테일과 속도에 있다. 지속적인 분석과 국민 소통을 통해 사려깊은 제도가 될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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