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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시대의 종말⑤]‘밑 빠진 독’ 된 과거 정리…미래 투자에 돈 못쓰는 은행
디지털 전환 위해서는
성과주의로 전환 시급
인력 구조조정 불가피
매년 명퇴비용 막대해
고액 연봉에 스톡옵션
IT·핀테크와 경쟁 안돼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카카오뱅크는 경력 3년 이하 개발자를 두 자릿수 규모로 채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만 3년 근속 시 1개월의 유급 휴가와 휴가비 200만원을 별도로 제공한다. 자유롭게 출·퇴근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운영 중이다.

카카오뱅크 직원 1000여명 중 400명이 이상이 개발자다. 인력구조로만 보면 은행이라기보다 IT회사의 정체성을 띄고 있다. 시중은행은 개발자 구인난이다. 올 상반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는 일반행원 공개채용을 실시하지 않았다. 영업점도, 자동화현금지급기(ATM)도 모두 줄어드는 마당에 일반 인력을 늘릴 이유가 없다. ‘미래’를 위해 디지털부문 인력만 상시 채용 중이다. 그럼에도 은행은 개발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혁신보다 과거 정리 먼저…매년 비용만 1조원=여전히 은행은 수직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자유롭고 다양한 의견을 내는 IT회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학력이나 나이와 무관하게 성과에 맞춰 보수를 받는 개발자들이 연공서열에 맞춰 보상이 정해지는 은행을 선호하기 어렵다.

은행 경영진들도 조직 문화 개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4050 세대가 대부분인 인력구조가 난관이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축소 외에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세대교체를 위해서도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해고는 불가능하다. 높은 비용을 치르는 희망퇴직 뿐이다.

지난해 4대 지주에서만 희망퇴직 비용이 1조194억원이 쓰였다. 전년(9346억원) 대비 9%(848억원)이 늘며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동시에 성과급으론 인당 기본급 200% 가까운 보상에 나섰다. 올 상반기에도 신한금융은 희망퇴직비용으로 벌써 658억원을 내주었고, 하나금융은 직원 성과급으로 553억원을 선반영했다.

보통 기업의 이익이 늘면 미래 투자에 재원을 더 투입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은행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족쇄가 된 과거 정리에 번 돈 상당 부분을 쓰고 있는 셈이다. 해마다 계속되고 있는 은행의 희망퇴직이지만, 아직 대상이 되는 4050은 엄청난 숫자다. 희망퇴직에만 매년 조 단위 비용을 치러야하는 셈이다.

▶혁신 이끌 개발자에 금융경력 요구=아무리 구조조정을 해도 경영진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카카오뱅크의 최근 개발자 채용 공고를 보면 ‘금융권 경험이 없어도 지원 가능’이라고 되어 있다. 반면 시중은행 디지털 채용공고를 보면 ‘금융권에서 일한 경험을 선호한다’고 돼 있다. 새로움 보다는 익숙함을 선호하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실무적 경험이 중요해 금융업 IT경험자를 우대한다”며 “다만 코로나19 이후 디지털화가 속도를 내면서 IT 관련 인력 확보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돼, 이후 조건은 달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투자 불가능…빅테크에 보상도 뒤쳐져=은행의 채용 조건도 문제다. 연공서열 탓에 유능한 인력을 채용해도 기존 급여체계를 뛰어 넘는 보상이 불가능하다. 급여체계를 바꾸려면 노사합의가 필요하다. 강성인 은행노조가 호락호락 들어줄 리 없다.

주가가 지지부진 해 스톡옵션도 큰 의미가 없다. 이미 대형 IT업체나 핀테크의 급여수준은 은행을 뛰어넘거나 버금가는 수준이다. 특히 주가 상승이 가팔라 스톡옵션으로 대박이 날 확률도 높다.

지난 해 카카오뱅크 직원 평균급여는 7800만원이다. 남자 9700만원, 여자 5900만원이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의 지난해 직원 평균급여는 1억400만원이다. 남자 1억2100만원, 여자 8800만원이다. 하지만 평균 근속연수를 보면 카뱅이 2년 7개월, 국민은행이 16년이다. 카뱅은 타사에서 이직한 직원이 많지만 평균연령은 30대가 가장 많다. 나이를 고려하면 카뱅 직원들이 급여가 시중은행 못지 않은 셈이다. 케이뱅크도 카뱅에 버금가는 것으로 알려졌고, 토스는 오히려 더 높은 급여를 제급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뱅크 임직원(954명)은 현재 468만주의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을 받아 기대차익은 공모가 상단기준 1591억원, 장외가 기준 3791억원이다. 1인당 1억6677만원, 3억9738만원 꼴이다. 카카오페이 임직원(858명)이 부여받은 스톡옵션(취소수량 제외)은 536만주로 반려된 증권신고서의 공모가 범위 하단 기준 기대차익은 3079억원이다. 1인당 3억6000만원 꼴이다.

케이뱅크는 이달 14일 임직원 320명에게 90만 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토스뱅크는 이보다 앞선 9일 입사 1주년이 된 임직원 30명에게 총 68만 주의 스톡옵션을 제공했다. 토스뱅크 모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해말 기준 금융업 관련 임직원들에게 31만5000주의 스톡옵션(행사가격 5000원)을 부여하고 있다. 비금융 관련 임직원들도 23만9314주(행사가 200원)를 보유 중이다.

결국 은행들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미래를 위해서는 제대로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능력있는 개발자 채용을 위해선 채용 요건 뿐 아니라 이후 보상 체계나 조직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는 이가 많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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