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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메달 나눠 갖고, 쓰러진 선수에 손내밀고…“스포츠가 치열할 필요는 없잖아요”
카타르 바심-이탈리아 템베리
109년 만에 올림픽 공동 금메달
부상도 함께 이겨낸 10년지기 절친
2m39 모두 3차시기 실패하자
“우리 둘다 금메달 받는 게 가능할까요?”
바심 제안으로 ‘공동 금메달’ 성사
육상 800m서도 쓰러진 선수끼리 손잡고 일어나 완주
2020 도쿄올림픽 높이뛰기에서 109년 만에 공동 금메달을 목에 건 장마르코 탬베리(왼쪽)와 무타즈 에사 바심. [EPA]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혹시 우리 둘 다 금메달을 받는 게 가능한가요?”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 결선이 열린 1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과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는 2m37를 모두 1차 시기에 넘은 뒤 2m39에 도전했지만 3차 시기까지 모두 실패했다.

감독관이 두 선수를 불러 끝까지 승부를 가리겠냐고 물었다. 직전 기록으로 높이를 낮춘 뒤 모두 성공하면 높이를 높이고, 실패하면 다시 낮추는 식으로 최종 승자를 가리는 ‘끝장 승부’를 하겠냐는 질문이었다. 다시 피말리는 승부 속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순간이다.

바심은 그러나 감독관의 룰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동 금메달’이 가능한지 물었고 감독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탬베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바심에게 껑충 뛰어올라 안기며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올림픽 육상에서 109년 만에 공동 금메달이 나온 순간이다.

공동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탬베리가 바심에 뛰어올라 안기고 있다. [EPA]

이들은 사실 10년지기 절친이다. 열흘에 한 번 전화통화를 할 정도로 가깝다. 국적도, 나이도 다르지만 2010년 캐나다 몽튼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처음 만난 후 수많은 국제대회 필드에서 각별한 우정을 쌓았다. 특히 부상의 시련이 이들을 더욱 돈독하게 했다.

탬베리는 2016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던 중 발목 인대가 끊어져 선수생명 위기에 놓였다. 탬베리가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게 바심이었다. 2년 후엔 바심이 왼발목에 비슷한 부상을 입었고 이번엔 탬베리가 옆에서 힘을 불어넣었다. 탬베리는 바심의 결혼식에 초대돼 참석했고 탬베리의 결혼식에도 바심이 갈 예정이다.

카타르 바심과 이탈리아 탬베리가 도쿄올림픽 오륜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바심은 SNS에 이 사진을 올린 뒤 "금메달 1개보다 더 좋은 게 뭘까? 그건 바로 금메달 2개!"라고 적으며 친구와의 공동 금메달을 자축했다. [바심 SNS 캡처]

바심과 탬베리는 “스포츠가 그렇게 치열할 필요는 없다. 금메달이라는 게 반드시 경쟁자에 고통을 안기고 상처주면서 쟁취하는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젊은 세대에 전하고 싶다. 이것이 진정한 스포츠맨 정신”이라고 했다.

높이뛰기에서 12위를 한 미국인 셸비 맥유웬은 “훌륭한 스포츠맨십”이라며 공동 금메달에 박수를 보냈고, 올림픽 전문사이트 어라운드더링스는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토리”라고 했다.

아이자이어 주잇(왼쪽)이 도쿄올림픽 남자 육상 800m 경기 도중 함께 넘어진 니젤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게티이미지]

육상 남자 800m에서도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는 훈훈한 장면이 나왔다.

1일 열린 남자 800m 준결선 3조 레이스에서 마지막 곡선 주로를 3위로 달리던 아이자이어 주잇(미국)은 발이 엉키면서 넘어졌고, 바짝 뒤를 쫓던 니젤 아모스(보츠와나)가 주잇의 발에 걸려 쓰러지고 말았다.

두 선수는 트랙에서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주잇이 일어나 아모스에게 손을 내밀었고, 두 선수는 어깨동무를 하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앞선 선수들이 모두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이들은 천천히, 끝까지 완주했다. 다행히 아모스는 주잇의 발에 걸려 넘어진 것이 인정돼 4일 예정된 800m 결선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주잇은 “당황하는 니젤을 일으켜 세우고 함께 레이스를 마치자고 말했다. 화가 나든, 어떤 일이 벌어지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영웅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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