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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우스 인사이트] TMI 시대, 애널리스트와 정보 고르기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주식투자에서도 ‘TMI(Too Much Information)의 시대’다. 그만큼 제대로 된, 그리고 의미 있는 정보를 잘 고르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어디서나 넘쳐나는 흔한 정보가 아니기를 바라면서 조금은 색다른 주제로 접근해본다. 즉, ‘TMI 시대 애널리스트 읽기’다.

애널리스트는 분석하는 대상을 기준으로 매크로와 섹터 담당으로 나뉜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같다. 언제 어떤 이유로 무얼 사고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다만 시야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 매크로는 톱-다운을 기본으로 하지만 섹터는 보텀-업 중심이다. 그래서 매크로 얘기는 경제와 정책 전반의 큰 그림을 이해하고 시장별 움직임 혹은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섹터 스토리는 각 산업의 사이클과 새로운 트렌드 혹은 떠오르는 테마, 그리고 개별 기업 고유의 경쟁력을 이해하게 해준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개개인’으로서의 애널리스트들과의 소통 과정이다. 애널리스트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시장에 세일즈해야 하므로 내용과 형식 등에서 다른 애널리스트와 차별화된 포인트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또 말과 글은 분명한 ‘의견 개진’을 목적으로 하기에 ‘설명문’보다는 ‘논설문’에 가깝다. 대부분의 보고서와 발표는 객관적 근거와 논리적 추론에 기반을 둔 좋은 참고자료들이나 간혹 다음과 같은 오류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첫째,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와 논리만 부각시키는 경우가 있다. 일종의 ‘선택적 편의(Selective Bias)’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그래프와 데이터는 객관적인 증거로 쓰이기 위해 보여주는데, 이것도 자신이 원하는 구간만 잘라 보여주거나 심지어 자신이 원하는 그림이 나올 때까지 가공을 하는 경우도 있다.

둘째, 데이터 간 관계에서 실제로는 상관관계에 불과한데 마치 인과관계인 것처럼 설명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이 필연성을 가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상관관계는 상황과 시간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만일 규칙처럼 믿고 투자했다가는 시련을 맞을 수도 있다.

셋째, ‘과거에 그랬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는 식의 주장도 많다. 물론 과거의 경험과 데이터는 훌륭한 참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시대를 초월하는 인과관계는 아닐 수 있으며, 일반화하기에도 너무 적은 케이스들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실 애널리스트가 데이터와 통계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긴 하나 그것의 기저에 있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나아가 그것의 변화 가능성에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넷째,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소 자극적인 수단을 쓰는 경우도 있다. 가령, 주가 상승이나 하락의 근거는 다른 이와 비슷한데 코스피 ‘4000’이나 ‘2000’을 부르짖어 주목받는 것이다. 혹은 단정적인 말투나 화려한 언변 등을 통해 청자에게 확신과 깊은 인상을 주는 경우도 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잘 정리된 설명과 논리로 지극히 공감되는 내용도 사실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럴수록 이미 시장에 대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른바 ‘컨센서스’일수록, 즉 많은 애널리스트가 비슷하게 얘기할수록 그를 따라 투자하다가는 ‘뒷북’일 위험성도 있다.

사실 이 밖에도 주의할 점이 많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점들은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일 것이다. 다만 투자는 너무나 중요한 의사 결정이고, 그 과정에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하니만큼 이상과 같은 주의점에 대해서는 알아두고 소통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투자 현실은 매우 복잡한 반면 관련 정보는 너무 많다. 개인투자자들이 맞춰나가기엔 너무나 어려운 퍼즐이다. TMI인 세상에서는 투자의 핵심이 되는 정보를 선별하고 집중하기에도 사실은 만만치 않을 지경이다. 그런데 그 많은 정보를 개별적으로 모두 발라내기보다는 일정 부분 범주화해서 집중하는 것도 요령일 수 있다. 앞서 매크로와 섹터, 톱-다운과 보텀-업을 언급했는데, 그중에서도 ‘산업과 테마’에 더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즉, ‘되는 산업’ ‘떠오르는 신기술과 혁신 테마’에 대한 스터디는 수많은 개별 종목에 대한 공부보다 더 효과적이며 두루뭉술한 매크로 분석보다는 구체적인 투자 수단이다.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가에 대한 통찰력을 투자세계에서 실현해볼 수 있는 현실적 접근법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산업과 테마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을 가급적 객관적이고 비판적 시각에서 다양한 견해를 듣고 입체적으로 판단하도록 훈련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물론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자를 통해 자산을 안정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원래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국내외 금융투자를 선도하는 업계 리딩컴퍼니의 리서치센터로서, 고객들께 진실로 올바른 도움을 드릴 수 있는 투자가이드가 돼드려야 한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친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parkid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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