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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단 ‘길고양이 급식소 테러’…“명백한 동물 혐오 범죄” [촉!]
‘재물손괴’ 신고에 경찰 수사 나서
나무판자 덧대 만든 길고양이 급식소 산산조각
“누군가 작정하고 부순 듯해…경고처럼 느껴져”
“‘계속 밥을 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 같아”

지난 7월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원에 마련돼 있던 길고양이 급식소가 산산조각 난 채 발견됐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길고양이들이 머물면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급식소와 쉼터를 누군가 일부러 부서뜨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같은 ‘길고양이 급식소 테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거지를 부수는 것 역시 ‘동물 학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송파경찰서는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의 한 공원에 마련된 길고양이 급식소가 부서졌다는 신고를 받고 형사과에 배당해 수사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전 9시께 서울 송파구 가락본동의 한 공원에 있던 길고양이 급식소와 쉼터가 부서진 채 발견됐다. 해당 길고양이 급식소를 약 6개월 전부터 마련하고 돌봐왔던 박모(42) 씨 등은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경찰에 재물손괴 등 진정서를 제출했다.

박씨 등은 비나 눈을 피할 수 있도록 나무판자와 골판지 등을 덧대 쉼터를 마련했다. 또한 일회용 그릇이 자칫 쓰레기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밥그릇과 물그릇을 새로 구입하는 데 총 사비 35만원을 들였다고 했다. 박씨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너무 눈에 띄거나 지저분하면 공원을 이용하는 이들의 반감을 살까 싶어 깨끗하게 관리하려다가 집을 지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관할구청에서 고양이들을 중성화할 수 있도록 TNR(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하고 방사하는 과정)을 신청하고, 문제나 민원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두기도 했다.

길고양이를 돌보던 이들은 길고양이 급식소가 부서진 현장을 목격하고 공포를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이곳을 관리해 오던 김모(32) 씨는 “누군가 작정하고 부순 듯했고 일종의 경고처럼 느껴져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진정인 박씨는 “누군가가 고의로 (길고양이 급식소를) 파손하고 파손한 물건들을 공원에 펼쳐 놓은 것”이라며 “혹시나 적대감이나 길고양이를 학대하지 않을지, 길고양이 급식소를 관리하던 이들에게 보복성으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지 신경 쓰인다”고 했다. 다행히 이곳에서 머물던 길고양이들은 다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25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원에서 부서진 채 발견된 길고양이 급식소와 쉼터의 부서지기 전 원래 모습. [진정인 제공]

앞서 서울 중랑구에서도 길고양이들이 머무는 쉼터를 부수고, 고양이와 돌보던 활동가들을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동물보호단체의 고발을 접고 수사하던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달 23일 동물보호법 위반, 폭행, 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A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같은 길고양이 급식소 테러는 명백한 동물 혐오 범죄지만 길고양이와 고양이들을 돌보는 이들에 대한 보복행위처럼 계속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급식소를 집어던지거나 파손하는 행위는 ‘계속 밥을 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무언의 협박”이라며 “고양이를 협박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고양이를 돌보는 이들에게 고양이 혐오를 대리 표출하는 거라,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고양이나 사람이 직접 다치지 않은 경우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재물손괴 정도다. 서국화 동물권을연구하는변호사단체 변호사는 “동물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에는 동물보호법 위반이 적용되겠지만 이 같은 시설물을 부수는 것은 재물손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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