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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세 살 ‘입맛’ 여든까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어릴 때 버릇은 나이가 들어도 고치기 힘들다는 뜻으로,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평생 습관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입맛’이다. 나이 들어서도, 외국서 수십년을 살아도 ‘고향의 맛’이나 ‘어머니 손맛’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길든 입맛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나라가 어린이, 영유아 식생활에 대한 제도적 지원에 나선다. 미국 여러 주에선 학교 내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며, 유럽에선 ‘학교과일계획(School Fruit Scheme)’ 프로그램을 운용해 아이들에게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간식으로 제공한다.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자체를 통해 전국 돌봄교실 학생들에게 과일 간식을 지원하고 있다.

아이들이 음식을 가려먹는 시기가 일반적으로 4세 전후라고 한다. 4세 무렵에 자아가 발달하면서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올바른 식습관을 심어주고 우리 농수산물을 친근하게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따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취학 전 아동들에게 우리 농수산물을 지원하는 ‘우리 농수산물 맛들이기’ 사업을 검토 중이다. 입맛이 형성되는 영유아기부터 우리 농수산물을 친숙하게 느끼고 즐겨 먹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사는 지난 2020년부터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1년 이내 임산부에게 친환경 농수산물 꾸러미를 공급하는 프로그램으로 국비 40%, 지방비 40%, 자부담 20%로 진행되는데 호응이 매우 크다. 시범사업으로 2020년에는 8만명, 2021년에는 10만명을 대상으로 친환경 농수산물 꾸러미를 지급하고 있으며, 본사업이 시작되는 내년에는 55만명으로 대상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취학 전 아동 대상 우리 농수산물 맛들이기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인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사업의 연장선상에서 지원 대상 범위에 영유아가 포함되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임신·출산 후 12개월 이내인 현재 지원 범위를 12개월 이후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 ‘국산 농수산물 구입 바우처’를 지급해 제철 국산 신선농산물이나 이를 활용한 가공식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먹거리뿐만 아니라 영유아와 부모가 함께 활동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자 한다. 요리 레시피나 시장놀이 등 게임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고 독서모임, 요리교실 등 다양한 연관 교육을 병행해나간다면 우리 농수산물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점차 높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농수산물만큼 다양한 맛과 식감, 풍부한 영양을 가진 식재료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면역력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건강한 먹거리, 안전한 먹거리, 믿을 수 있는 먹거리라는 점에서 우리 농수산물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농수산물을 활용한 조리법도 매우 다양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음식도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러한 한국의 음식문화가 많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미래세대가 ‘한국적인 맛’을 잃어버릴까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취학 전 아동들에게 건강하고 신선한 제철 농수산물의 맛을 익히게 하는 것은 그래서 필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어릴 때부터 우리의 맛을 익혀야 평생 우리 농수산물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평생습관이 이어져 국민들의 건강한 식생활습관을 형성하고 장기적으로 국산 농수산물의 미래 소비 기반을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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