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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적북적]“내 생전에 통일 보게 될 것 생각 접어”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시사적인 글은 시간이 흘러 화제성이 떨어지고 나면 긴장감이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거리를 통해 또 다른 의미를 제공한다. 또 해당 이슈가 현재 어떻게 살아움직이고 있는지,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이만열 교수의 ‘역사의 길, 현실의 길’(푸른역사)은 2015년부터 2020년 초까지 쓴 시사문제에 관한 글들을 엮은 것으로, 우리사회 큰 이슈를 관통한다.

평소 통일문제에 깊은 관심을 피력해온 저자는 책에서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 단상’을 첫 장으로 삼았다.

“철들고 난 뒤부터 통일을 위해 늘 기도해왔는데, 이제는 내 생전에 통일을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접었다”는 그는 그러면서도 다시금 통일의 마음을 다잡아 대안적 통일론을 제시한다.

소위 ‘통일 헛꿈’론이다. ‘통일 헛꿈’은 동일한 정치 시스템이나 국토를 합치는 경직된 통일에서 벗어나 남북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이산가족이 소식을 자유롭게 주고받고 왕래하는 것이다. 나아가 개성공단 같은 걸 더 많이 만들어 이해관계를 공유하면 통일은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실용적 통일관이다.

저자는 2018년 북미정상회담, 평양회담 등에 대한 아쉬움과 단상을 적었는데, 비핵화만 강조하는 분위기가 오히려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의 수순을 밟아 신뢰를 쌓아가면서 세계가 원하는 비핵화를 동시에 이뤄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소파협정을 위반한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 소위 ‘북한 퍼주기’도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큰 틀에서 들여다보며, 이를 반미주의식으로 몰아가는 것을 경계한다.

사회주의계 독립유공자 서훈 문제,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에 따른 정의기억연대 기자간담회 현장 등 굵직한 사회이슈도 돌아봤다.

당시 사건에 머물지 않고 현실에 시사점을 주는 통찰,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되풀이되는 잘못들에 대한 지적은 저자가 강조한 ‘역사의 길, 현실의 길’에 대한 물음으로 이끈다.

“역사의 길은 고난의 길이요 현실의 길과 비교할 때 비현실의 길이며, 비현실적이지만 정도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역사의 길은 그것이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를 가지고 따져서는 안된다.”(206쪽)

책은 4장으로 구성됐으며, 3장은 저자와 교유해온 인물들과의 이야기를, 4장은 사학자로서, 신앙인으로서 교회를 다룬 글을 실었다.

역사의 길, 현실의 길/이만열 지음/푸른역사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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