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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일스·오사카...스타들의 ‘올림픽 번아웃’ 왜?
기계체조 바일스, 돌연 기권
세상 관심에 ‘극도의 중압감’
16강 탈락 오사카와 닮은꼴
최고의 스타 펠프스·린지본
선수시절 우울증·불안 호소
시몬 바일스 [AP]
오사카 나오미 [로이터]

“때때로 세상의 무게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기분이야. 그런 중압감 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보이게 할 수도 있지만, 사실 너무 힘들어. 올림픽은 정말 장난 아니거든!”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세계 최정상 스타들이 자신에게 쏠린 기대와 중압감에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거나 이로 인한 실수로 조기탈락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올림픽 사상 첫 6관왕이 기대됐던 ‘체조여제’ 시몬 바일스(24·미국)는 27일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도중 돌연 기권했다. 그는 도마 한 종목만 뛰고 곧바로 경기장을 떠났다. 충격에 휩싸인 미국 체조계와 취재진에게 바일스는 “정신적인 안정을 위해” 기권했다고 설명했다. 바일스는 하루 전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자신의 어깨에 세상의 무게가 올려져 있는 기분이라며 극도의 중압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육체적으로는 괜찮다. 그런데 정신적으로는 불안정하다. 올림픽에 오고, 대회의 가장 큰 스타가 된 건 견디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29일 개인종합 결승도 포기한 바일스는 4개의 종목별 결승(도마·이단평행봉·마루·평균대)을 남겨놨지만, 출전여부는 불확실하다.

바일스는 이번 기권에 대해 오사카 나오미(24·일본)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사카는 지난 5월 프랑스오픈 도중 기권하고 인터뷰를 거부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고백한 오사카는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것은 선수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 선수도 결국은 인간”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이 바일스에게 큰 울림과 공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사카에게도 이번 올림픽이 수월하지 않았다. 강력한 금메달 후보인 데다 개회식 성화 최종 점화로 낙점될 만큼 도쿄올림픽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오사카는 여자단식 16강서 실수를 연발하며 탈락해 자국 팬들을 놀라게 했다.

바일스와 오사카 모두 극도의 심리적 압박감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겪는 정신 건강의 문제가 절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2016 리우올림픽까지 금메달 23개 등 통산 28개의 메달을 딴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36·미국)도 선수 시절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렸다. 은퇴 후 “현역 시절 우울증이 심해져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스키여제’ 린지 본(37·미국) 역시 선수 시절 우울증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울증 치료를 받기 전까지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좀비처럼 절망적이고 공허함을 느꼈다”고 했다.

미국의 야후스포츠는 29일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에 실린 빈센트 구테바르주의 연구를 인용, 현역 선수의 34%, 은퇴 선수의 26%가 불안과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연구에 따르면 “이 수치는 일반인 비율보다 높은데, 스포츠 특유의 스트레스 요인과 관련이 있다. 끊임없는 훈련, 승리에 대한 압박감, 부상 위협, 조기 은퇴 및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문화적 충격 등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심리학자들은 올림피언들이 4년에 한 번, 2주간 집중적인 주목을 받기 때문에 (일반 선수들보다) 더욱 독특한 스트레스에 맞닥뜨리고 있다고 분석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대회가 사상 처음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열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팬데믹으로 ‘가장 이상한 올림픽’이 된 도쿄 대회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제한하는 경기 환경과 극도의 기대감, 대회가 1년 늦춰지면서 쌓인 심신의 압박이 스타들에게 타격을 가했다고 분석했다.

조범자 기자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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