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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 안듣고 빗나가는 ‘폐암’...내성극복 치료제도 매일 진화중
年 1만8500명 희생 ‘사망률 1위’
발견 시기 늦고 돌연변이도 잦아
유전자 표적 치료제 3세대 진화
유한양행 ‘렉라자’ 뇌전이도 효능
건보적용으로 ‘타그리소’와 양강
다른 기전 약물 병용임상도 활발

국내 암 사망률 1위 폐암에 대한 치료제 개발이 꾸준히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표적치료제는 3세대까지 나왔지만 폐암은 돌연변이 내성으로 인해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약사들은 아직까지 5년 생존율이 30% 초반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치료제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폐암, 국내 암 사망률 1위...진단에 ‘액체생검’ 활용=매년 8월 1일은 ‘세계 폐암의 날(World Lung Cancer Day)’이다. 국내에서는 2019년 한 해에만 1만8574명의 환자들이 폐암으로 사망하며 국내 암 사망률 1위(22.9%)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폐암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발견 후에도 치료가 까다롭고 예후가 불량해서다.

이러한 이유로 폐암의 정확한 조기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기 위한 학계 및 업계의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폐암 생존율은 꾸준히 상승해 왔다.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폐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32.4%(2014-2018 기준)로 20년 전에 비해 약 두 배 가까이 향상됐다.

현재 폐암은 환자 개인별 맞춤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지는 추세다. 폐암 진단에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법 기반의 ‘액체생검(Liquid biopsy)’이 활용된다. NGS는 방대한 유전체 정보를 빠르게 해독하는 분석 기법으로 이러한 기법이 적용된 액체생검은 혈액에 떠돌아다니는 미량의 암세포 유래 DNA 조각을 분석해 발암 유전 돌연변이를 검출하게 된다. 이는 환자 생체 조직을 떼어 검사해야 하는 침습적 조직 검사에 비해 간편한 방법으로 환자의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가능하게 해 폐암의 정확한 원인 진단 및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폐암의 80%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3세대 표적치료제까지=폐암은 흡연 등 환경적 요인 이외에도 유전자 변이와 같은 유전적 요인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소세포폐암이 전체 폐암의 약 80-85% 가량을 차지한다. 비소세포폐암을 일으키는 다양한 유전자 변이 종류 중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는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약 34%에서 발견되는 주요 폐암 유전자 변이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E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제가 기존의 항암화학 치료보다 환자의 생존 기간을 3배 이상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표적치료제’는 폐암 환자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런 EGFR 돌연변이를 타겟으로 하는 표적치료제는 현재 3세대까지 나와 있다.

3세대 표적치료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대표적이다. 타그리소는 EGFR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치료제로 지난 2017년 미 FDA 승인을 받았고 이어 유럽과 한국에서도 허가를 획득했다. 타그리소는 세계 최초로 승인된 3세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밝힌 타그리소의 1차 치료 효과에 대한 3상 임상 연구에 따르면 타그리소 치료군은 표준치료군 대비 전체 생존 기간은 6.8개월 연장됐고, 사망 위험은 54%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국내에서 31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국산 신약으로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렉라자는 1~2세대 EGFR 표적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T790M 돌연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치료에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어 뇌전이가 발생한 폐암환자에게도 우수한 효능 및 뛰어난 내약성을 보였다.

특히 렉라자는 지난 7월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연간 투약 비용이 7500만원에서 약 378만원으로 낮아졌다. 이에 3세대 표적치료제 시장에서는 타그리소와 렉라자가 경쟁 구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대일 비교 임상을 한 것이 아니기에 어떤 치료제가 더 우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타그리소가 먼저 개발된 만큼 축적한 임상 데이터는 훨씬 많아 유리한 면이 있지만 렉라자는 국산 신약이라는 이점이 분명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3세대 표적치료제 내성도 대비...4세대 치료제 개발 중=문제는 폐암 정복을 위한 항암제가 거듭 발전하듯이 암 역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며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것이다. 타그리소, 렉라자로 치료한 환자들에서도 다시 내성이 생길 수 있는데 이렇게 나타나는 새로운 돌연변이에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폐암 표적 치료의 차세대 과제는 3세대 치료제 이후 발생하는 새로운 내성을 잡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연구를 통해 대표적인 돌연변이인 C797S 변이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에 국내 및 글로벌 제약사 또한 해당 돌연변이로 인한 내성을 잡는데 초점을 맞춰 약물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가지 전략은 기존 치료제를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다. 실제 렉라자는 얀센의 이중 항체 ‘아미반타맙’과의 병용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종양학회에서 타그리소의 주요 내성 돌연변이 환자에서 썼더니 치료 반응률이 36%에 이르며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글로벌 임상 3상 진행 중인데 결과는 내년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타그리소 이후의 내성을 잡기 위해 다른 기전의 약물을 타그리소와 병용하는 전략으로 임상을 진행 중에 있다.

한편 타그리소 내성 변이 중 가장 많은 비율로 발생하는 C797S 돌연변이를 타깃하는 4세대 표적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바이오 벤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서 개발 중인 ‘BBT-176’은 타그리소 내성으로 나타나는 C797S 변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용한다. BBT-176은 앞서 진행된 전임상실험을 통해 동물모델에서 C797S 변이에 대한 종양 억제 능력을 탐색했으며, 올해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환자 대상 임상 1·2상 단계에 진입하여 국내 병원 3곳에서 환자 투약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폐암 치료제 개발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했지만 내성 발현 등으로 미충족수요가 여전한 영역”이라며 “앞으로 4세대, 5세대까지 폐암 치료제 개발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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