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가 심상찮다. 야권의 외곽 지대에 있는 거물급 인사들이 독자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손짓에도 호응도는 높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제3지대에서 연대할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여야가 아닌 ‘제3세력’ 형성에 가장 적극적인 인사는 최근 대권 출마 뜻을 밝힌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다. 김 전 부총리는 23일 KBS 라디오에서 “기존 세력이 환골탈태하면 좋겠지만, 안 된다면 새로운 세력이 등장해야 한다”며 “지금의 여야, 소위 ‘1번’과 ‘2번’(의 논리)을 뛰어넘는 뜻을 갖는 국민들이 많다”고 했다.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김 전 부총리가 언급했듯, 소득주도성장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게 맞다”는 말로 국민의힘과 김 전 부총리 사이 정책적 공감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 전 부총리는 이날 라디오에서 “지금은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며 이 대표와 거리를 뒀다. 현재 김 전 부총리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과 소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마이웨이’를 이어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자신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둔 탓에 성과가 안 좋다는 취지의 이 대표 발언에 “여의도 정치가 따로 있고, 국민 정치가 따로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 대표의 ‘입당 압박’에 맞선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스스로 조직 규모도 불려가고 있다. 법률팀 중심으로 자체 네거티브 대응도 강화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 합당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로를 비판하는 등 협상이 비방전으로 접어드는 모습까지 나오면서 합당 논의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 일각에선 “제3지대의 불씨가 아직 살아있다”는 말이 나온다. 야권 대권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 ‘스토리’와 정책 전문성을 갖춘 김 전 부총리, 제3지대 관련 경험이 풍부한 안 대표에 ‘킹 메이커’인 김 전 위원장까지 모두 야권의 외곽 지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외곽 지대 인사들이 연대에 나선다면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회의적인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그간의 사례를 봐도, 지지층은 결국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양당으로 몰렸다”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김 전 부총리와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간접 저격하고, 김 전 위원장과 안 대표도 서로를 비난하는 등 각자의 ‘관계’가 있는 만큼, ‘빅 플레이트’식 연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원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