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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정·반문 이미지로 ‘野 대장주’ 부상...‘이미지 정치’ 한계 노출 [대선주자 SWOT 분석 ②윤석열]
‘공정·정의’ 이미지...반문 구심점 ‘강점’
구체적인 정책비전·어젠다 미흡 ‘약점’
野 단일후보 요구, 미미한 경쟁자 ‘기회’
처가 리스크에 잇단 실언 논란 ‘위기’

“결국은 국민의 안전과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 정치다.”

불과 넉 달 전까지만 해도 ‘검사’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인’으로 변신한 지 약 3주가 지났다. 최근에는 다소 흔들리고 있다지만, 그는 여전히 명실상부한 야권의 지지율 1위 유력 대선주자다. 정치경험도 없고 소속된 당도 없지만,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윤 전 총장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정치인 윤석열’의 지난 3주는 ‘마이웨이’로 요약된다. 열렬한 러브콜과 강경한 압박을 오가는 국민의힘의 입당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식사 정치’와 ‘민생 투어’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는 것이 패착이라는 취지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지적에도 “여의도 정치가 따로 있고 국민의 정치가 따로 있나”고 강단있게 맞받았다.

다만, ‘대선주자 윤석열’ 앞에 놓인 검증대는 앞으로 더욱 혹독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이 끝없이 쏟아지고 구체적인 국정운영 비전 제시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도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총장이 모든 시험대를 통과해 ‘발광체’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윤 전 총장의 장점과 단점, 기회와 위기를 짚어봤다.

윤 전 총장의 강점은 무엇보다 검찰 재직시절 보여준 공정하고 강직한 이미지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강골기질을 바탕으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까지 여야와 좌우를 가리지 않는 수사를 벌였다.

이러한 윤 전 총장의 이미지는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 중 하나로 꼽히는 ‘공정’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특히, 야권의 대선주자들 가운데서는 가장 먼저 ‘공정’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했다는 지적이다. 윤 전 총장 역시 출마 선언에서부터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고 나섰다.

윤 전 총장은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정권교체를 원하는 ‘반문연대’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출마 선언 이후 행보도 정부 비판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학생들과 전문가들을 차례로 만나며 탈원전 정책과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등 현 정부의 정책실정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주로 내놓고 있다.

지난해 내내 이어졌던 이른바 ‘추-윤 갈등’을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도 얻었다. 정치인에게는 높은 인지도가 무엇보다 큰 자산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전 총장을 대선주자로 키워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대선 출마 선언 후 3주가 지나도록 구체적인 이념적·정책적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된다. ‘공약’ 없는 ‘반문’ 메시지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윤 전 총장이 아직 ‘이미지 정치’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련의 윤 전 총장 지지율 하락세 역시 명확한 비전·어젠다 제시가 미흡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사람들은 지금 윤 전 총장이 뭘 하는 건지 회의를 갖기 때문에 지지도가 정체되고 최근엔 조금 하락하는 성향을 보인다”고 했다.

‘중도 외연 확장’을 강조하며 보수와 진보진영 정치인, 학자 등을 만나고 광주와 대구를 차례로 오갔지만 ‘갈지자 행보’라는 혹평을 받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소 미흡한 조직력도 약점 중 하나다. 윤 전 총장의 대선 캠프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윤 전 총장의 올림픽 선수 배웅을 위한 인천공항행 여부를 두고 캠프 내에서 혼선을 겪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정권교체 여론과 야권 단일후보 선출에 대한 요구는 윤 전 총장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에서는 지난 4·7 재보궐선거 당시보다는 다소 물 밑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복수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정권교체를 원한다는 응답이 여전히 5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범야권 전반에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힘을 합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현재 진행 중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사이의 합당 논의 역시 이 같은 공감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야권 내 경쟁자들의 지지율이 여전히 낮다는 점도 윤 전 총장에게는 기회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국민의힘 입당으로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지만 아직은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을 비롯한 국민의힘 내 주자들의 지지율 역시 마찬가지다. 따라서 당분간 정권교체 여론은 윤 전 총장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부인과 장모 등 가족을 둘러싼 이른바 ‘처가 리스크’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윤 전 총장에게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권에서 윤 전 총장 가족 관련 문제를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의혹제기와 비판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 언어’에 익숙지 않은 윤 전 총장의 다소 정제되지 않은 발언도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때로는 실언이 선거판 자체를 흔들기도 한다. 지난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 ‘노인 폄하 발언’ 때문에 선거대책위원장 및 비례대표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주 120시간’, ‘민란’ 등의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아직은 지지율이 낮다지만 국민의힘의 당내 경선이 본격화되면 국민의힘 주자들에게 관심이 쏠리며 지지율 판도가 요동칠 수도 있다. 앞서 4·7 서울시장 선거 당시에도 초반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대세론이 형성됐으나, 당내 경선을 계기로 오세훈 후보가 급부상하며 끝내 서울시장 자리를 거머쥐었다. 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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