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자이자 아마존·블루 오리진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왼쪽)와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모습.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세계 최고 부자이자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 비행에 성공하면서 앞서 우주 관광 시범 비행에 성공했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과의 사이에 ‘진짜 우주 관광’을 둘러싼 신경전이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베이조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서부 시간 기준 오전 6시 12분께 텍사스주(州) 서부 사막지대 발사장에서 자신이 설립한 우주 탐사 기업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베이조스보다 9일 앞선 지난 11일 우주를 먼저 다녀온 브랜슨 회장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잘했다”며 베이조스의 우주비행 성공을 축하했다.

베이조스는 비행 전부터도 미국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브랜슨 회장에게 ‘최초 민간 우주여행’ 타이틀을 뺏긴 것에 개의치 않는다고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유리 가가린 이래 “나는 대략 570번째 우주인이 될 것 같다”며 “이건 경쟁이 아니며 미래 세대를 위해 우주로 가는 길을 만드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조스는 최초 타이틀을 내준 대신 브랜슨보다 더 높이 비행했다.

브랜슨은 86㎞ 상공까지 도달했다 지구로 귀환했지만, 베이조스는 고도 107㎞(35만1210피트)까지 날아올랐다.

서로 상대방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온 두 갑부와 달리 두 사람이 설립한 민간 우주 기업 간에는 ‘진짜 우주 관광’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강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 논쟁의 중심엔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이 놓여 있다. 카르만 라인은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선을 고도 100㎞로 하는 기준을 일컫는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연방항공국(FAA)은 고도 80㎞ 이상을 우주의 기준으로 보지만, 유럽 국제항공우주연맹은 고도 100㎞인 카르만 라인을 넘어야 우주로 정의한다.

베이조스가 설립한 우주 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은 100㎞ 이상 우주여행을 자사의 경쟁력으로 부각하고 있다. 블루 오리진은 베이조스 비행 전 부터 ‘인류의 최초 비행(First human flight)’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이번 비행이 진정한 ‘1호’임을 강조했다. 카르만 라인 아래에서는 일반 비행기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슨의 우주 기업 ‘버진 갤럭틱’은 80㎞ 이상 비행으로도 우주 관광에 손색이 없다는 입장이다.

로이터 통신은 베이조스가 “민간 상업 우주 관광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도움이 되는 역사적인 비행을 했다”며 베이조스와 브랜슨이 이끄는 블루 오리진과 버진 갤럭틱의 경쟁에 대해 “모두 신생 우주 관광 산업에 신뢰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