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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여파’ 미국 지난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30% 증가 “9만3331명”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불가피해 재활 대상자들 방치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확산도 사망자 증가 촉진
미 뉴욕주에서 한 여성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딸의 무덤에 꽃을 가져다놓고 그리워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약물 과다복용에 따른 사망자가 30%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폭은 역대 최대치로 기록됐다.

14일(현지시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는 9만33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평균 256명, 매시간 10.6명이 사망한 것으로, 2019년 7만2151명과 비교해 29.4% 늘어난 것이다.

미국에서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는 1970년 7200명, 1988년 9000명 수준이었지만 사망자가 점점 늘면서 사회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지난해 사망자 급증은 코로나19 대유행과 마약성 진통제 확산 여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역 지침에 따라 사람들이 고립되는 바람에 격리와 치료 등 약물 재활 프로그램이 필요한 시점에 중독자들이 방치돼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대규모 봉쇄 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등으로 불안감과 우울감이 커진 것도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브렌던 살로너 교수는 “약물 과다복용 사망 사례 연구자들에게 이번 급증은 충격적인 상황”이라면서 “공중보건기관들이 이번 사태의 위급성을 뒤늦게야 파악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복용하는 약물 자체가 더 치명적인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도 사망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진통제를 과다복용한 사례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헤로인보다 50배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펜타닐을 복용한 뒤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펜타닐은 암투병 때 진통 완화를 위해 개발된 약이지만 코카인, 필로폰 등 다른 마약과 혼합해 불법 판매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중 74.7%(5만7550명)는 오피오이드, 60% 이상은 펜타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는 펜타닐이 확산되던 2019년 가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부터 폭증세를 보였다.

CDC의 국립건강통계센터 사망통계연구 책임자 로버트 앤더슨은 “펜타닐이 사망자 급증의 한 요인”이라면서 “과거 3만명이라는 숫자에 경악했는데 이제 그 3배가 됐다.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최종 수치는 연말이 되어야 집계가 끝나 더 늘어날 전망이다.

브라운대 공중보건 연구원인 브랜던 마셜은 미국이 이미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지만 지난해 전염병 대유행은 이 위기를 크게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특징적인 공중보건위기 요인을 들자면 코로나19와 약물 과다복용이 될 것이라면서 지난해 미국인 사망 원인 1위는 심장병, 2위는 암, 3위가 코로나19, 4위가 약물 과다복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6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 사망자는 37만7883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증가로 미국의 평균수명 전망도 하향될 전망이다. CDC는 다음주 지난해 평균수명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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