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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오션뷰 근무'가 가져올 '직원 경험'

“제주도에서 일한다면 하루 열두 시간 근무도 거뜬하겠네요.”

최근 한 대기업 담당자는 업무상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반복하던 그는 제주 바다 파도 소리가 귀에 아른거린다며 잠깐이나마 ‘일탈’을 꿈꾸는 듯했다. 그가 휴가지도 아니고 근무지로 제주 타령을 한 것은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의 ‘파격 선언’이 대화 화두에 올랐기 때문이다. 라인플러스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코로나19 종식 여부 관계없이 완전 재택근무 체제를 이달 본격 시행했다. 더 놀라운 점은 ‘자택’에서만 가능했던 기존 재택근무 규정도 완전 바꾼 것이다. 한 달 이상 단위로 기간을 설정해 제주, 강릉 등은 물론 해외에서도 근무할 방안도 선보였다.

완전 재택근무에 더해 바닷가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직장인 사이에서 더 큰 화제가 됐다. 바다를 배경으로 커피를 마시며 일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일 수 있다. 휴가지 고를 때 쓰던 표현인 ‘오션뷰’를 일터에도 적용하게 된 셈이다.

프롭테크(부동산 플랫폼)기업 직방은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폴리스’를 자체 개발해 아예 오프라인 사무실을 완전 대체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물리적 개념의 ‘출퇴근’ 자체가 사실상 사라진다.

오션뷰 근무, 가상공간 출근 등 모두 기존 업무 환경과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당장 찌든 일상에서 벗어나 새롭게 근무하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지만 단지 신선하고 신기한 변화로만 보기에는 담긴 의미가 작지 않다.

이는 모두 최근 기업들이 주시하는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과 깊은 관계가 있다. 직원 경험은 직원들이 조직생활에서 직면한 모든 상황에 대해 각자 갖게 되는 생각과 느낌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직원 경험은 더 중요해졌다. 직원 경험의 질이 고객 경험으로 이어져 곧 사업의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근무지 제한을 없애고, 가상의 근무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직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직원 경험 변화를 통해 실제 사무실 근무보다 높은 생산성과 효율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2016년 IBM이 글로보포스(현 워크휴먼)와 공동 조사한 결과, 직원 경험 점수가 높은 상위 25% 기업의 직원들은 업무 성과도가 96%에 달한 반면 하위 25%는 73%에 그쳤다. 이미 5년 전 조사에서도 직원 경험과 업무 성과의 밀접한 연관성이 나타났다.

인재 확보 경쟁에서도 직원 경험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갤럽 보고서(2019년 기준)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1980년 초반~2000년 초반 출생)의 21%가 직장을 옮겼고, 회사에서 몰입한다고 느끼는 비중은 29%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HR 전문가 조시 버신은 “직장에서 훌륭한 경험을 창출하는 일이 이 세대에게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IT기업의 시도는 시작에 불과하다. 근무 변화를 통한 직원 경험 혁신 달성 여부가 더 큰 관건이다. 긍정적인 효과가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지도 여기에 달렸다. 오션뷰 근무가 단지 바다를 보며 일하는 일시적 ‘낭만’에만 갇힌다면 그들만의 ‘해프닝’으로 그치고 말 것이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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