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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부 폐지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한반도 갬빗]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13년 전 불거졌던 ‘통일부 폐지론’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MB 정부 당시 통일부 폐지안은 남북의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헌법가치와 ‘국가 대 국가’가 아닌 민족내부라는 남북관계 특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무위로 돌아갔다.

통일부가 외교부 산하에 편입되는 순간,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기초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명제를 깨지게 된다. 북한을 외국으로 전제하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3조 조항 하나로 ‘통일부 폐지론’의 논리는 한꺼번에 무너진다.

북한을 직접 상대로 협력사업을 협상하는 업무와 국제무대에서 대북정책 지원을 호소하고 국제정책을 협의하는 업무는 결이 너무나도 다르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산하의 평화외교기획단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면제 절차를 미국과 협의한다면, 통일부는 국제법률 틀 안에서 북한에 인도적 지원 등을 이행한다. 외교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직접 이행한다면 ‘북한을 외국으로서 원조한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구조 자체가 헌법을 부정한다.

지난 2018년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때도 선수단과 고위급 대표단 파견문제를 협의한 주체는 통일부였다. 헌법상 북한은 ‘외국’이 아닌 특수관계에 있는 민족공동체였기 때문이다.

2018년 조명균 통일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장이 남북 고위급 회담을 하는 모습. [연합]

무엇보다 통일부를 폐부하면 관련 고유 업무를 소화할 수 있는 기관이 사라지게 된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총지출 기준 일반 회계예산 2294억 원 중 사업비는 1655억 원이다. 이중 절반 이상(59.1%)을 북한이탈주민 예산(979억원)이 차지한다. 탈북민에 대한 교육과 정착 및 자립 지원에 예산을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강화 이후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예비적 지원으로 매년 1조원 이상 편성되는 남북협력기금의 집행률은 상당히 낮다. 올해 남북협력기금의 집행률은 전체 예산의 1%가량으로, 한반도 평화통일미래센터와 개성공단발전지원회 등을 지원하는 데에 쓰였다. 하지만 남북대화가 성사돼 합동공연과 체육대회, 이산가족 상봉 등의 행사들을 추진하게 되면 협력기금의 예산을 쓰게 된다.

2018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을 관람하는 북한 관객들의 모습. [연합]

이때 남북협력사업을 이행하는 것도 외교부와 국정원의 ‘고유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외교부 산하에 한반도평화교섭본부가 존재하지만, 이는 미국을 포함한 주변이해국가와 비핵화 및 비확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문제를 협상하기 위해 존재한다. 북한과 직접 사업을 이행하는 부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통일부 폐지론에 일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는 국민들의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남북 공동선수단 등의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각에서 통일부가 국민의 편의보다는 북한의 입장을 존중한다며 제기한 비판도 통일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을 테다.

통일부 소통문제나 대북편중 성향은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폐부’의 근거가 되기엔 논리가 너무나도 가볍다. 통일부 말고 탈북자들에 대한 교육과 정착지원을 전담하는 조직은 없다. 헌법의 틀 안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사업과 문화교류 사업을 협의할 조직도 통일부 말고는 없다.

munjae@heraldcorp.com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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