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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갭투자에 매매가 뛰고 분양도 열기…투자자 몰리는 평택 가보니 [부동산360]
공시가 1억 미만 아파트 투자 늘며
상반기 평택시 갭투자 731건…전국 최다
갭투자·저가 아파트 매수에 삼성 등 개발호재
고덕 물론 구도심도 가격 상승…분양시장 활기
“외지 투자수요 많아, 시장 진입 유의해야”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 개발현장의 모습. [사진=김은희 기자]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최근 갭투자가 급격히 늘면서 지금은 갭이 조금 벌어졌어요. 그래도 워낙 가격 경쟁력이 있고 호재까지 있어서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많아요.” (경기 평택시 고덕면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아무래도 삼성효과가 크죠. 고덕 집값이 오르다 보니 구도심 쪽도 따라 오르고 있어요. 특히 신축 아파트는 상승 폭이 큽니다. 매물이 없어서 그렇지, 나오면 연락 달라는 대기자가 꽤 있어요.” (동삭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9일 경기 평택시에서 만난 공인중개업계 관계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투자자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고덕신도시 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호재에도 아직은 저평가된 지역이라고 판단한 이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에서 제외되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에 대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늘면서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실제 고덕신도시 중심지구와 10분 거리에 있는 고덕면 태평아파트는 그야말로 갭투자의 성지다. 전용면적 59.91㎡ 기준 매매시세가 1억7000만원, 전세시세가 1억4000만원 선에 형성돼 있어 3000만원만 있어도 갭투자를 할 수 있다. 지난 4~6월에는 해당 평형만 86건의 손바뀜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도호가는 2억원대로 올랐고 지난 6일 2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경기 평택시 고덕면 태평아파트 전경. [사진=김은희 기자]

평택시 전체로 시선을 넓혀도 갭투자 경향은 뚜렷하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경기 평택시에서 체결된 매매거래 7667건 가운데 731건이 매매 후 전월세를 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10건 중 1건꼴로 갭투자가 이뤄진 셈이다. 전국에서 갭투자 건수가 가장 많았다. 실거래가 신고 내역으로 파악할 수 없는 전세를 낀 매매까지 포함하면 전체 갭투자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갭투자가 몰리면서 집값은 뛰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6월 평택시 아파트값은 전달 대비 3.93%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이 주택가격을 조사하는 전국 163개 지역 가운데 8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주변 지역 대비 저평가된 단지를 위주로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소형 평형 거래가 활발했다”면서 “특히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로 인한 공시지가 1억 미만 매물의 거래가 증가하면서 매매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거래가격도 오름세다. 고덕신도시 내 파라곤 전용 85.00㎡는 지난 5월 8억3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11월(6억5000만원)과 비교하면 1억8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지난달 저층 물건이 7억95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현재 9억원 아래로는 매물이 없다. 일각에선 머지않아 ‘10억원 클럽’에 가입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경기 평택시 동삭동 더샵지제역센트럴파크 2단지 전경. [사진=김은희 기자]

구도심인 동삭동 더샵지제역센트럴파크 1단지 전용 84.80㎡는 올해 1월 6억원, 4월 6억5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현재 매도호가는 7억6000만원 수준이다. 내년 입주를 앞둔 지제동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 전용 84.92㎡도 7억8000만원 선에서 분양권이 거래된다.

지제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고덕과 가까우면서 고덕 아파트보다 1억~2억원 정도 저렴해 수요가 밀려오는 것”이라며 “개발 호재로 고덕 집값이 오르면 구도심 아파트도 동반 상승할 여지가 많다”고 전했다.

분양시장도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지난 9일 문을 연 반도건설의 ‘고덕신도시 유보라 더크레스트’ 견본주택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에도 방문객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은 주거형 오피스텔로 공급되는 이 단지의 모형을 꼼꼼히 살펴봤다. 오피스텔과 함께 분양하는 단지 내 상가에 대해 투자 상담을 받는 이들도 상당했다.

분양 관계자는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절반 정도씩 된다고 설명했으나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대부분 투자에 무게감을 두는 분위기였다.

아이와 함께 견본주택을 찾은 30대 부부는 “집값이 워낙 비싸다 보니 이 가격에 새집을 구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당장 거주지를 옮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투자도 할 겸 청약을 넣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용 59㎡는 3억8100만~4억1500만원, 전용 84㎡는 5억5000만~5억9800만원에 분양될 예정이다. 현재 아파트 시세와 비교하면 3억원 가량 저렴하다.

지난 9일 문을 연 반도건설의 ‘고덕신도시 유보라 더크레스트’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내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은희 기자]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특징이 장기간 소외됐던 가격 정체 지역을 중심으로 시세 분출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평택도 순환매가 나타나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당분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외지 투자수요가 이미 대규모로 유입돼 있는 만큼 시장 진입 시 여건을 꼼꼼히 살피는 등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덕이 신도시의 모습을 갖출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개발 호재가 추후 평택시 전체에 지속적으로 반영될지 여부가 불투명할뿐더러 투자수요가 한꺼번에 빠질 경우 시장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위원은 “투자상품 성격이 짙은 곳, 부채의존도가 높은 곳, 갭투자 수요가 많은 곳, 단기간 가격이 많이 오른 곳은 금리 인상 등 외부충격이 있을 때 후유증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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