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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날로 교묘해지는 역외탈세, 발본색원 엄단하라

국세청이 7일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힌 역외 탈세 혐의자 46명의 사례들을 보면 정말 놀랄만큼 지능적이다. 핀테크를 비롯해 숫자 계좌까지 이용하며 날로 교묘해지는 수법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탈세 추징은 차치하고 국세청이 그런 혐의점을 포착해낸 것만으로도 노력을 칭찬해줄 만하다.

국내 한 성형외과는 외국인 환자 시술 후 비용을 전자지급결제 대행사(PG)사를 경유해 받고서는 신고 없이 써오다 세무조사를 당하게 됐다. 또 다른 이들은 해외에 실명 확인이 어려운 ‘숫자 계좌’를 만들어 국내외에서 불법으로 조성한 블랙머니를 쌓아놓고 맘대로 사용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숫자 계좌는 계좌주가 숫자와 문자의 조합으로 표시돼 누구의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계좌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일부 사업자는 대금결제가 전자지급 결제대행사 명의로 이뤄져 소득이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 역직구 판매액이나 무역대금, 외국인 대상 판매액을 신고 없이 꿀꺽했다가 발각됐다. 로열티 과다 지급, 제품 고가 매입, 용역대가 과다 지급 등 나라 밖 특수관계자와의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소득을 해외로 부당 이전하는 고전적 수법으로 탈세한 기업인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국내외 오픈마켓 플랫폼을 통한 역직구 증가 등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역외탈세의 신종 수법도 다양하게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 국세청이 해외 과세 당국과 공조해 각종 정보를 직접 수집·확보하고 분석한 결과다. 국세청은 글로벌 PG의 금융플랫폼을 이용한 오픈마켓 거래 등 글로벌 자금흐름을 정밀 분석하고, 관계사 간 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국외 소득 이전까지 샅샅이 검증했다고 한다.

사실 지난 2010년부터 활발히 진행된 국제조세조약으로 역외 계좌에 대한 정보를 비롯해 금융자료 수집은 상당히 손쉬워졌다. 심지어 불법 자금의 보관처로 ‘비밀 계좌’ 하면 떠오르는 스위스마저 인적 사항 없이 계좌번호만으로도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요즘 같은 빅데이터 시대에 탈세는 국내든, 해외든 숨기기 어렵다. 이제 더는 세금이 쌀지는 몰라도 허술한 해외의 조세회피처는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교묘한 역외탈루는 줄어들지 않는다. 최근 2년간 국세청이 역외탈세 혐의자들로부터 추징한 세금이 무려 1조4548억원이나 된다. 국세청의 부쩍 높아진 조사능력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설마 걸리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기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발본색원과 엄단이 필요한 이유다. 그건 비단 세수 증대 목적만이 아니다. 탈법적인 부의 세습을 막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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