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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국의 현장에서] ‘친문 강성지지자’는 득일까, 독일까

지인과 가진 최근 식사자리에서의 일이다. 지인이 털어놓던 집 못 사는 설움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지난 4년간 국정 전반에 대한 맹렬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격정을 토해내던 그가 과장 섞인 몸짓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목소리를 낮춘다. 그는 “요즘에는 대통령 욕도 얼굴 드러내놓고 못하겠어”라고 말한다.

지인의 얘기는 찰스 디킨스의 고전소설 ‘두 도시 이야기’와 오버랩된다. 160년 전에 발표된 소설로, 프랑스 혁명을 담았다. 디킨스는 민중에 대한 귀족의 학대뿐만 아니라 시민에 의해 저질러지는 폭력도 함께 다룬다.

2017년 촛불혁명 이후 일부 친문 강성지지자들의 폭력성과 디킨스가 그려낸 230년전 시대상은 닮은 점이 꽤 있다. 바로 혁명에 동조한 세력 일부의 폭력적 배타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 같다”는 말을 전한 한 상인의 가게가 일부 친문 강성지지자에 의해 융단폭격을 받았고, 지난달에도 한 자영업자가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에도 4년 내내 비난 댓글이 달렸다.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의원은 이른바 ‘문자폭탄’을 받아야 했다.

일부 지지자의 ‘극성 지지’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다.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마음의 빚이 문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있고, 직접 ‘촛불혁명’의 주체로 문재인 정부와 자신들을 동일시하며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일 수도 해석도 있다.

대선이 9개월 정도 남은 시점. 대선 경선을 시작한 민주당 내에서는 당 대표의 ‘대깨문’이라는 표현을 두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깨문은 친문 강성지지자들이 자신들을 일컫는 말로, 반대 진영에서는 멸칭으로 쓰인다. 송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대깨문’이라고 떠드는 사람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 누가 되면 차라리 야당을 찍겠다고 안일한 생각을 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고 제대로 성공하게 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친문 강성지지자들의 배타성이 두드러 질수록 탈문을 선언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강성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을 “양념”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도 최근 “저를 지지하는 지지자일수록 문자에 예의를 갖추고 상대를 배려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다시 ‘두 도시 이야기’다. 디킨스는 소설에서 “탐욕스러운 방종과 탄압이라는 씨앗을 똑같이 뿌려보라. 반드시 똑같은 열매를 맺게 될 테니”라며 귀족의 학정은 물론, 그에 반하여 일어선 시민들에 의한 폭력도 함께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에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친문지지자들의 조직화는 충분히 된 듯하다. 조금 더 열려 있길, 조금 더 깨어 있길 희망한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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