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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류저우市는 어떻게 전기차 ‘글로벌 수도’가 됐을까 [글로벌 플러스-성큼 다가온 전기차 ‘황금시대’]
“전기차, 2년후 2023년이면 내연기관차 판매 앞지를 것”
글로벌 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 AI기반 예측 발표
폭스바겐·GM 상용차업계 등 전세계가 전기차 ‘올인’
블룸버그 “전기차 메카는 中 류저우市...시사점 많아”

지난해 류저우서 판매된 차량 30%가 전기차...中 평균 5배
1만5000명에 10개월간 무료 시운전...70% 차량구입 이어져
크기줄여 가격 낮추고 현금보상 인센티브...구입·유지 부담 ↓
3만개의 충전콘센트·출퇴근 버스전용차선 이용 혜택까지
바오준 E100 [GM홈페이지]

판이 커진 건 확실하다. 고급차의 ‘끝판왕’ 영국의 롤스로이스도, 이탈리아 슈퍼카 페라리도 전기차를 나아갈 방향으로 지목하고 있다.

으르렁거리는 내연기관보다 시동을 걸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하면서도 폭발적인 가속력을 가진 전기차가 고급 브랜드에도 낫다는 판단이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테슬라,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 처지를 넘어서려는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도 전기차에 ‘올인(All-in)’하는 형국이다.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아야 살아남는 자산운용사 블랙록, 애버딘스탠더드인베스트먼트,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얼마 전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의 CALT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봤다. 2분기 40% 이상 급등했는데, 여전히 여력이 있다고 했다. 누가 뭐라든 전기차 ‘황금시대’인 셈이다.

관건은 우선 만개 시기다. 내로라하는 컨설팅 업체와 주요 외신은 나름의 관측과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래는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EY)은 최근 전기차의 우위가 2023년 가능할 거라고 점쳤다. 고작 2년 뒤면 전통적인 차량의 판매대수를 전기차가 넘어선다는 계산이다. 이전 예상보다 5년 당겨졌다.

이에 따르면 유럽·중국·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12년만에 화석 연료 차량을 앞지르고 있다. 2045년까진 비(非) 전기차 판매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1% 미만으로 급감할 것으로 나타났다. 20여년 뒤면 휘발유·경유로 달리는 차는 ‘희귀 아이템’ 취급을 받을 거라는 얘기다. EY가 인공지능(AI) 기반 예측도구를 써서 내다본 결과다.

EY는 2028년까지 다른 모든 추진 시스템을 능가하는 무공해 모델을 통해 유럽이 전기차를 주도할 거라고 예상했다. 이 전환점은 중국은 2033년, 미국은 2036년 도달할 것으로 EY는 예측했다.

미국이 다소 뒤지는 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기에 연비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다른 주요 시장보다 전기차에 대한 투자 등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후 미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50만개를 설치키로 하는 등 전기차로 전환 가속화에 1740억달러를 지출하겠다고 밝혀 관련 시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EY의 랜디 밀러 글로벌 첨단 제조·모빌리티 리더는 “바이든 행정부의 규제 환경은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큰 기여자로 판단하고 있다”며 “미주(美州)에 미치는 임팩트는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잠자는 듯했던 미국 완성차 업체들만 봐도 GM은 배터리로 구동하는 험머 트럭을, 포드는 인기 픽업트럭인 F-150의 전기차 버전인 라이트닝을 내놓고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앨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업체가 배터리 구동 모델에 투자한 돈은 2300억달러를 초과한다.

시선을 사로잡는 전기차가 나와 구매 욕구를 자극할 뿐만 아니라 인구학적으로도 전기차가 대세로 올라가는 건 기정사실이라는 지적이다.

EY는 현재 20~30대인 밀레니얼 세대가 전기차 붐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승차 공유·대중교통을 꺼리는 경향이 생겨 차량 소유를 희망하는 젊은층이 많고, 이 가운데 30%는 전기차 운전을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EY의 밀러 리더는 “밀레니얼 세대는 분명히 전기차를 더 사고 싶어하는 경향이 큰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Y는 휘발유·경유로 구동하는 차량은 2025년 전체 경차 등록의 약 3분의 2를 차지할 걸로 예측했다. 이는 5년 전보다 12%포인트 감소하는 것이다. EY는 2030년까지 비 전기차가 전체 경차 등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거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붐이 앞당겨진다는 걸 ‘팩트’로 친다면, 일반 대중도 전기차에 접근하는 걸 어렵거나 불편하지 않게 느낄 대중화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 전기차의 수도로 중국의 류저우(柳州)시를 꼽았다. 이 도시의 전략이 전기차 보급에 열을 올리며 정부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국가에, ‘미래는 전기’라며 수백억달러를 전기차에 쏟아 붓겠다는 GM과 폭스바겐 같은 완성차 업체에 도움이 될 거라면서다.

이 매체가 류저우시와 전기차를 연결시켜 소개한 기사의 도입부부터 친환경적이었다. ‘이 도시를 찾는 사람들이 처음 인지하게 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조용하다’는 식이다. 대도시면 으레 일상의 배경처럼 여겨지는 지끈거리는 자동차 엔진 소음이 없다고 했다.

지난해 류저우시에서 판매된 차량의 30%가 전기차였다는 게 이유다. 컨설팅 업체 웨이즈(WAYS) 정보기술에 따르면 이는 중국 평균의 5배 이상이다. 인구 400만명인 도시가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의 수도가 됐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적으론 류저우시는 전기차 보급 부문에서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만 뒤처져 있다. 류저우시의 공기질과 수질은 중국에 걸맞지 않게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어떤 전략이 류저우시를 성공 사례 반열에 올렸을까. 기름먹는 하마인 내연 기관차를 과감하게 버리도록 하는 각종 혜택에 답이 있었다. ‘전기차를 타면 편하다’, ‘전기차는 경제적이고 쉽다’라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류저우시는 우선 주민들에게 전기차를 자주 노출시키기로 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와 상용차업체 우링자동차, 그리고 미국의 GM간 합작사인 ‘SAIC-GM-우링자동차(SGMW)’가 세운 조인트벤처가 2017년, 10개월간 무료 시운전 프로그램을 선보이게 했다. 1만5000명 이상이 ‘바오준E100’이라는 차를 탔고, 1만2000개 이상의 피드백 항목을 회사 측은 확보할 수 있었다. 시운전자의 70%가 차량을 구입했다고 한다.

우링자동차 측은 주민이 원하는 바와 운전 습관을 연구, 30㎞가 되지 않는 거리를 매일 출퇴근용으로 갈 수 있게 바오준E100을 맞췄다. 테슬라 모델X의 절반으로 차량 길이를 짧게 하고, 가격은 5000달러 가량으로 했다.

가격이 저렴한데 추가 인센티브도 줬다. 운전자는 최대 1만㎞를 운전하면 연간 최대 160달러의 현금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초소형 차인 바오준E100 덕분에 류저우시는 1만5000개의 주차 공간을 추가로 만들 수 있었다.

류저우시 시민들로선 바오준E100의 유지비용에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다.

상하이에 있는 자문사 오토모빌리티의 빌 루소 최고경영자는 “저렴하고 편리한 전기차를 만들면 사람들이 자전거, 스쿠터 또는 출퇴근할 수 있는 모든 걸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류저우시엔 약 3만개의 충전 콘센트가 있다고 한다. 아울러 전기차는 무려 버스 전용차선에서 운행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에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전기차를 타는 것인 셈이다.

SGMW가 작년 7월 출시한 전기차 우링 훙광 미니가 파죽지세로 판매량을 늘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훙광 미니가 작년 전기차 판매량에서 중국 내 2위, 전 세계 2위를 기록했고 올 3~4월엔 내연기관차까지 포함한 전체 승용차 판매 순위에서 중국 내 2위를 기록했다는 게 골자다.

앞서 나온 바오준E100은 2인승이었는데 훙광 미니는 4인승으로 업그레이드, 올 1~5월까진 중국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가 됐다. 한 번 충전에 170㎞를 주행할 수 있고, 최고 시속은 100㎞다.

훙광 미니의 성공은 온라인에서 이뤄진 타킷 마케팅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에 주력했다. 최근 버전인 ‘훙광 미니 마카롱’도 고객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차량 색상부터 아보카도 그린, 레몬 옐로우, 화이트 피치 핑크 등이다. 한 눈에 봐도 마카롱을 연상케하는 것으로 세컨드카로서 소유욕을 불러 일으킨다.

전기차 업체가 판을 꿰뚫고 시장을 주도하는 상품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소비자가 그런 차를 몰고 도로를 달릴 마음을 들게 할 전략이다. 전기차 ‘황금시대’를 누릴 준비를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류저우시가 알려주고 있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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